[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한국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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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한국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변할까?
  • 편집국
  • 승인 2020.05.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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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하여
김근동 박사
김근동 박사

지난 5월 6일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했던 잘못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서 자녀에게는 경영권을 물러주지 않겠으며 노조를 허용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최대의 기업집단(재벌)인 삼성그룹이 자녀에게의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으니 다른 기업집단들의 기업지배 구조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큰 기업집단의 오너 경영자라고 해도 실제로 지배기업의 주식 보유 지분율은 얼마되지 않는다. 대주주의 상속세가 최고 65%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다.

한국 기업집단의 오너 자녀가 경영권을 승계받는데 필요한 주식 지분의 확보를 위해 탈법이나 불법의 유혹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자녀 경영권 승계 포기 선언은 놀랄만큼 충격적이다. 

그동안 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논란은 많았지만 확실하게 검증된 효과적인 대안이 없어 미루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대체 삼성이 새롭게 지향할 자녀에의 경영권 승계없는 기업의 지배구조란 어떤 모습이 될까? 

제2차 세계대전 패전후 일본의 대형 재벌들이 전시 물자의 조달이라는 공동범죄의 책임 때문에 해체되고 오너 경영자가 추방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계열사간의 느슨한 기업연합 형태"와 유사하게 되지 않겠나 싶다. 이럴 경우의 특징을 살펴본다.

첫째 계열사들 간에 주식을 상호 교차 보유한다. 오너 경영자가 사라짐에 따라 계열사간에 자사 주식을 상호 교차 보유해 경영권 방어와 기업지배구조 안정을 기한다. 

주력 계열사간에 일정한 비율로 주식을 서로 보유해 기업 사냥꾼들의 경영권 탈취나 외부의 M&A 공격을 막는다는 말이다. 중심 기업은 금융 관계사가 된다. 

오너 경영자나 지주회사가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고 이들 계열사가 다른 관계사에 자금을 순환 출자하는 형태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다른 모습이다. 

둘째 상징적인 사장단 회의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기업집단 주력 관계사의 사장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주된 관심 사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거나 친밀 관계를 형성한다.  
 
관계사가 독자적인 경영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게 중복사업 회피나 미래산업 참여 등에 관해 최고 경영자 간의 상이한 의견을 사전에 조절해 시너지효과를 높인다. 

중요한 관계사의 임직원 인사는 독자적으로 각 계열사의 최고 경영자가 행사한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오너 경영자가 없는 만큼 후계자를 지금의 전문 경영자가 책임을 지고 육성한다.

셋째 통일된 브랜드 및 기업 문화를 공유한다. 기업 브랜드나 관계사 경영의 룰(rule)을 공유한다. 이를 지켜나갈 것을 의미하며 상호간에 견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일본의 구재벌 미쓰비시 라는 기업집단은 붉은 색의 3각 마른모(diamond) 형상의 브랜드를 통일해 사용하거나 미쓰비시 무슨 무슨 회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뿐만 아니라 기업내의 유형 무형의 각종 문화를 공유한다. 기준을 통일해 운영한다. 관계사간의 결속력을 다져 나간다는 말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삼성은 오너 경영자가 사라진다고 해도 지금의 일본 기업집단 처럼 관계사 별로 독립된 경영을 하면서도 느슨한 결속의 기업연합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기업 지배구조는 과거의 일본 구(舊) 재벌과 비교해 적지 않는 약점을 갖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책임을 동반하는 의사결정을 과감하게 내리거나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의 주식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총회를 통해 경영성과 위주로 경영진을 격려하거나 통제하는데 비해 일본의 경우 기업경영을 감시할 총회의 대주주가 관계사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견제가 쉽지 않다. 물론 많이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만약 한국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일본의 기업집단과 유사하게 되면 오너 경영자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과 부를 개선할 수 있지만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면서 급성장해 온 한국형 기업경영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고뇌에 찬 결단을 계기로 정부도 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상의 탈법이나 불법은 엄격하게 규제하되 한국형 기업경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각종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하지 않나 싶다.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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