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가 부른 실직, 위태로운 창업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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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19가 부른 실직, 위태로운 창업이 증가한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09.0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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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상반기 창업기업, 전년대비 16만 개 이상 증가
올해 창업 분야, 코로나19로 인기얻은 비대면에 몰려
소상공인 평균 창업 준비기간 10개월 미만.. 미흡한 준비 도산 우려
코로나19로 취업 문이 막힌 이들이 창업이라는 새로운 문을 두드리고있다.
코로나19로 취업 문이 막힌 이들이 창업이라는 새로운 문을 두드리고있다.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 침체가 도래했음에도 되려 창업자 수는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 분명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이들이 창업이라는 방식의 새 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철저한 준비 없는 도피성 창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취업이 안되면 창업?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의하면 2020년 상반기 창업기업은 80만 9599개로 집계됐다.  약 81만 개의 새로운 기업과 사업장이 다양한 형태로 생겨난 것이다.

물론 매해 새로운 기업은 탄생하고 많은 기업이 폐업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괄목할만한 점은 전년도와 비교하더라도 올해 뚜렷하게 많은 창업기업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창업기업 숫자는 64만 2488개로 올해 상반기보다 16만 개 이상 적었다. 누군가는 이런 차이를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이뤄낸 '선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은 약 81만 개로 전년보다 16만개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제공=중기부)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은 약 81만 개로 전년보다 16만개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제공=중기부)

하지만 코로나19로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졌다는 배경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과거 IMF 시절 회사 문을 나온 이들이 자영업으로 뛰어들며 국내 자영업자 수가 대폭 증가했던 시절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 이를 증빙하듯 보고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이 직접적이었던 4월과 5월에는 신규 창업이 위축됐으나 6월에는 증가세로 전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월, 5월에 회사 밖을 나온 이들이 또는 기존의 사업장을 운영하던 이들이  새로운 창업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창업이 특정 업종으로 몰리며 위태로운 도피성 창업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면밀한 준비 없이 생계유지를 위해 즉흥적으로 추진한 창업이 다시 폐업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이 대폭 증가한 주요 업종은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분야였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온라인과 비대면 관련 업종이 크게 증가한 것인데, 주목받는 아이템에 창업이 몰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정보통신업(15.6%↑)의 성장세는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됐으며, 연구개발업, 전문 서비스업 등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17.0%↑) 창업도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창업이 증가한 연령층도 주목할만하다. 올해 상반기 연령별 창업은 부동산업 급증에 따라 모든 연령대에서 골고루 높은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동산업을 제외하면 전년대비 창업이 두드러진 연령대는 30대 미만 청년층과 60세 이상 중고령층이다.

두 연령층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노동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청년층은 문이 닫힌 채용시장에 구직 단념자가 증가하고 있고, 60세 이상 중고령층은 정년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재취업 지원이 절실하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일시 휴직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해 1분기와 2분기 일시 휴직자 수가 작년 동기보다 각각 46만 명, 73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다수가 청년과 고령층에 분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조업 중단으로 실업보다는 임시 휴직에 많은 숫자가 몰렸으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모두가 실업이라는 절벽으로 내몰릴 것이란 예측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렇게 내몰린 이들 중 다수가 닫힌 채용 시장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생계형 창업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들을 향한 걱정 어린 우려가 커지는 것은 아직 국내의 사회 안전망이 실패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왜 그들의 실패를 재단해야 하는가?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주요 시책인 가운데, 창업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창업으로 인해 창업자 개인 외에 다수의 일자리가 파생될 수 있는 탓이다. 때문에 정부는 창업 지원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언뜻 보면 청년의 꿈을 지지하는 듯 하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다.

내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창업 지원 예산이 10조 원을 돌파한 것도 분명 그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중진공 외에도 창업진흥원 등 정부 산하 기관에서 다양한 창업 장려 정책을 펼치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사업화 지원금 제공, 공모전 개최 등 각종 창업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창업을 장려하고, 일자리 문제의 책임을 청년들을 포함한 국민의 창업으로 돌리고 있단 날 선 비판을 내놓을 정도다.

문제는 창업 이후에 대한 지원책은 창업 지원책과 비교해 너무도 미비한 수준이란 점이다. 섣부르게 창업의 다수가 실패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싶진 않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창업이 준비 기간이 미흡한 채 생계 유지를 위해 선택한 차선책이란 점에서, 이들의 '줄도산'을 재단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창업인 대부분은 창업에 대한 교육을 받지도 않았으며, 창업준비기간도 10개월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자료제공=중기부)
국내 창업인 대부분은 창업에 대한 교육을 받지도 않았으며, 창업준비기간도 10개월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자료제공=중기부)

정부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창업을 결심하고 창업을 이루기까지 평균 준비 기간은 1년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10개월 내의 준비 기간을 거치며 짧게는 3개월도 준비하지 않은 창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1인 사업체 10곳 중 4곳은 창업 준비에 6개월 미만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42.8%) 6개월 ~ 1년 미만 창업 준비를 한 비율은 25.1%였고 1년에서 1년 6개월 미만의 준비를 가진 이들은 이보다 적은 20.9%였다.

2년 이상 창업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9.3%였다.

창업을 위해 대표자가 창업이나 경영 교육을 받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무려 10명 중 9명, 94.7%가 '받은 바 없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나 창업을 위한 적절한 준비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남겼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창업의 과정이 생각보다 쉽기 때문. 또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정책도 취업 전선에 놓인 이들을 창업으로 유혹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창업 지원 정책이 사업화 자금의 소액을 지원하거나 멘토링을 지원하는 것에서 그칠 뿐 실제로 창업을 진행하는 이들 대다수가 은행 대출 또는 개인의 주머니 돈을 털어 모아 사업 하나에 '올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자금도 뜯어보면 결국 금리가 시중보다는 다소 낮은 정부형 대출에 그친다.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뤄진 창업은 창업 과정과 실패를 겪을 시 한 가계의 경제생활 자체가 완전히 위태롭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영국 런던경영대학과 미국 뱁슨칼리지가 2016년 실시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조사(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GEM) 중 ‘실패에 대한 두려움’ 항목에서 한국은 65개국 중 55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채 내몰리는 생계형·도피형 창업이 하반기 더 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는 정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창업 이후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실패해도 괜찮아"를 외칠 수 있는 사회 속에서 생계형 창업도 성공을 꿈꿀 수 있는 시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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