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뜨거운 감자 포괄임금제 폐지론, 이번엔 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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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뜨거운 감자 포괄임금제 폐지론, 이번엔 힘 받을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9.14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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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 폐지 법안 발의 의사 밝힌 후 점차 가열
공짜 야근 부추기는 포괄임금제, 주52시간 취지 거스르는 제도
100대 국정 과제 내세웠음에도 지지부진하기는 매한가지
노동계, 경영계 첨예한 대립 속에 정부 결단 아쉬워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논쟁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포괄임금지침 폐지’ 촉구에 나선 건설노동자들. 사진제공 민주노총

[리크루트타임스 손영남 기자]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 발의를 주장하면서부터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현 정부가 출범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무게를 실어왔던 사안이다. 금방이라도 구체화될 것 같던 포괄임금제 폐지 공약은 3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정부의 이런 자세가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온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가장 선봉에 나선 곳은 역시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지난 8월 25일,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고 이의 폐지를 위한 본격적인 액션에 나설 것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정의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포괄임금제 자체에 문제가 많은 만큼 이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무엇보다 주52시간 근로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통해 노동인권 고양에 앞장선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다.

사실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장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다수의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의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을 위시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가 하면 국민의 힘(당시 미래통합당) 김성태 의원조차도 포괄임금제의 부당함을 역설할 정도로 포괄임금제는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독소적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쉽사리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이 의아할 정도.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은 결국 노동자를 법정으로 내몰고 있는 형편이다. 법원의 기류는 전반적으로 포괄임금제에 관한 회사의 주장을 인용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상황에 따라 포괄임금제의 존재를 허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법원, 포괄임금제 자체를 무효로 간주, 때에 따라선 반대도

포괄임금제 폐지를 주제로 열린 정의당 노동본부와 류호정·강은미 의원 온라인 정책간담회. 사진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지난 6월 25일,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는 금호고속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 25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선고가 나온지 7년만이다.

금호고속과 금호고속 노동조합은 임금협정을 맺어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 없이 총 주행거리에 비례해 각종 수당을 산정하기로 하고 실질적인 포괄임금제를 운용하기로 했으나 소속 근로자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법원에 의견을 구했다. 결국 대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주고 포괄임금제가 적법하다고 본 상황이다. 

그럼에도 논쟁이 이어지는 것은 하급심에서는 각각 다른 결과가 나왔을 만큼 포괄임금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때문이다. 각급 법원조차도 이의 해석을 달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포괄임금제가 명확하게 법으로 규정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일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 시간을 초과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이를 임금에 포함하는 제도로 노동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판례와 행정해석을 근거로 예외적인 형태로 운용되고 있을 뿐이다.

명문화된 조항이 없는 탓에 해석에 따라 적법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제도인 셈이다. 현정부가 이의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건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근거로 작용하는 포괄임금제는 기본적으로 현 정부가 야심차게 시행 중인 주52시간 제도에 반하는 제도임이 분명하다. 이를 그대로 묵과할 경우 주 52시간 제도의 정착에 상당한 악영향을 가져오는 만큼 이를 폐지하고 노동인권 강화를 꾀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정부의 입장이다.

법조계와 노동계 내에서도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독소 조항이 많아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져있다. 

노무법인 길의 권아영 노무사는 “근로계약서 작성 시 기본임금과 소정 근로시간을 명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요소”라면서 “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포괄임금제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을 거스르는 제도”라고 꼬집고 있다.

정부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는 2017년 10월까지 포괄임금제의 폐지를 전제로 한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호기롭게 밝혔지만 확정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뒤따르자 관계 전문가, 현장 근로감독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그 역시 감감무소식이기는 매한가지인 상황. 이쯤 되면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 덕에 정보통신 업계 등 야근이 잦은 일부 업종의 노동자들은 제대로 정산받지도 못하고 야근을 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가 공짜 야근을 부추기는 셈이 된 것. 고용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는 결국 경영계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 매출액 600대 기업 70%, 포괄임금제 금지 반대
그도 그럴 것이 경영계 입장에서 포괄임금제는 포기하기 어려운 당근이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2월, 조사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포괄임금제 활용 기업 중 70.8%,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95개 응답기업 중 113개사(57.9%)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했을 만큼 포괄임금제 활용에 적극성을 띠고 있는 상황이다.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 중 70% 이상이 제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포괄임금제 옹호의 성격이 강하다.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 내놓은 조사인 것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귀결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사실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불가능한 만큼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포괄임금제의 금지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는 노동계의 입장 역시 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민노총과 한노총 양대노총은 포괄임금제야말로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제도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통해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양자의 견해가 평행선을 그리는 통에 정부는 어느 한쪽의 손도 들어주지 못한 채 갈짓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눈치를 보느라 이도저도 아닌 태도만 보이고 있는 정부의 현재 상황이 한국 경제 발전에 이로울 것은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전향적인 정부의 입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더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의 전격 조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 속에서 결국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올 확률이 높다. 21대 국회가 포괄금지법 폐지를 법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에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선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무엇이 됐든 조속한 결론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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