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실업급여를 위한 고스팅', 오히려 취업에 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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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실업급여를 위한 고스팅', 오히려 취업에 독 된다
  • 박세진 뉴스리포터
  • 승인 2020.09.15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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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6곳은 면접에 불참한 지원자가 재지원 시 무조건 탈락
실업급여 정책 취지는 좋지만 중소기업 구인난을 부추기는 점 등은 개선 필요
사진출처-잡코리아
고스팅 지원자가 밀레니얼 세대에서 늘었다.
사진출처-사람인

[리크루트타임스 박세진 뉴스리포터] 최종 합격자가 입사 당일 갑자기 출근하지 않거나 지원자가 면접에 아무런 연락 없이 오지 않는 등 이른바 ‘고스팅’ 인원들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10곳 중 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스팅으로 인한 손실이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도 문제지만 반복되는 고스팅이 구직자의 취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에 관한 개선책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고스팅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실업 급여를 수령하기 위해서다. 편법을 통해 실업 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자들이 고스팅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많은 구직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7일,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411개사를 대상으로 ‘고스팅 직원 및 지원자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곳 중 8곳(82.7%)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스팅 경험이 있는 기업 중 72.6%가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지원자층이 되면서 고스팅이 이전보다 늘었다고 답해, 20대 젊은 지원자의 세대적 특징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실제 고스팅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도 응답 기업 중 80.9%가 ‘20대’를 꼽았다. 이는 ‘30대’(16.5%)보다도 5배 가까이 더 많은 수치로, 20대의 지원자층에서 고스팅 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허수 구직자들이 많이 몰리는 현상을 구직자 면접 불참의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경기도 양주 C업체 총무부장은 “워크넷 등 구직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리고 나면 하루 이틀정도 구직자들이 바짝 모였다가 3일 이후에는 지원자들의 발길이 끊긴다”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구직활동을 증명해야 하다 보니 공고를 올리자마자 허수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실제로 허수 구직자들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타가는 노하우를 주고받는 풍경이 연출됐다. 한 구직자 카페에서는 “구직활동을 하다가 덜컥 취업이 될까봐 겁난다. 실업급여를 잘 받을 수 있는 팁을 알려 달라”라는 식의 질문이 다수확인됐다. 이 게시글에는 “면접 내역이 고용노동부에서도 확인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다른 핑계를 대고 (면접은) 가지마세요”라는 조언이 쏟아졌다

■ 실업급여 지급 절차 어떻길래?

사진출처-고용노동부
실업급여 지급 절차
사진출처-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 지급 절차에 따르면 구직활동은 ▲구인업체 방문 또는 우편,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구인에 응모한 경우 ▲채용 관련 행사에 참여하여 구인자와 면접을 본 경우 ▲당해 실업 인정일부터 30일 이내에 취업하기로 확정된 경우 등으로 규정된다.

인터넷으로 구직 신청하는 경우 업체가 올린 모집요강 화면을 출력하고 입사지원서를 보낸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만 제출하면 구직 활동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력서만 넣으면 구직 활동으로 인정되는 탓에 허수 구직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사업장에 전화로만 구인문의를 하거나 특정 직종과 임금만 고집하며 동일 사업장을 반복해 구직 활동하는 경우는 재취업활동이 인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수시 고용 시스템을 가진 중소기업에 해당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허수 지원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100여명 정도가 지원을 했는데 그 중에서 딱 그 경력에 맞는 사람은 5명 내외였다”며 “우리 회사는 아스팔트 도로를 포장하거나 거기에 들어가는 아스팔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인데 자동차 회사 출신, 식품 회사, 영양사 등 왜 이 분야에 지원하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제도를 이용하는 구직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관련 법 개정으로 수급대상은 기존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자에서 ‘24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자로 확대됐다. 초단기 근로자들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급액은 퇴직 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수급기간은 90~240일에서 120~240일로 확대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실업급여 지급자 수는 144만4000명에 달했다. 전년(131만5000명) 대비 9.8% 증가하며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수급자, 수급액 모두 늘었지만 수급자격과 구직활동을 철저히 검증하기 때문에 미인정자도 함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사회복지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활 안정을 꾀하려는 사람이 20대를 중심으로 대폭 증가했다”며 “정책 취지는 좋지만 중소기업 구인난을 부추기는 점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실업급여 타려다 취업 어려워질 수도

사진출처-사람인
면접 불참자가 재지원시 무조건 탈락이라 답했다.(62.2%)
사진출처-사람인

단순히 실업급여를 타기 위한 수단으로 고스팅을 활용하는 구직자들이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별 탈 없겠거니 생각한 고스팅이 취업을 저해햐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 

기업 10곳 중 6곳은 이전 채용 면접에 불참한 지원자가 다시 지원했을 때 무조건 탈락시키려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558개 기업에 면접 불참자가 다시 지원하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62.2%가 ‘무조건 탈락’이라고 답했다. ‘기회는 주되 감점’은 29.7%, ‘평가와 무관’은 8.1%에 그쳤다. 고스팅이 추후 재취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가지 않은 면접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회였을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채용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는 만큼 불참 시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채용문화를 위해서는 지원자와 기업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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