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위장 프리랜서 꼼수’, 최저임금 등 기본적 노동자 권리 박탈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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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위장 프리랜서 꼼수’, 최저임금 등 기본적 노동자 권리 박탈당해
  • 이효상 기자
  • 승인 2020.09.16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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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난 틈 타 ‘위장 프리랜서’ 사례 큰 폭 증가
고용노동부 '묻지마 판정'이 가장 심각한 문제 지적
프리랜서 근로자성 인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해외서도 근로자성 폭넓게 인정한 사례 속속 등장
프리랜서라고 불리지만 실제론 직원처럼 일하는 근로형태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보인다.

[리크루트타임스 이효상 기자] 최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의 고용안전망 강화가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임금노동자처럼 일하지만 고용주의 강요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위장 프리랜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서(특수형태근로) 인구는 52만8000명, 서울엔 8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프리랜서의 업무 특성상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치는 그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프리랜서는 특정한 업무에 대해 그때그때 계약을 맺고 일하는 전속성이 결여된 근무 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위장 프리랜서’들은 사실상 특정 사업장에 전속되어 있고,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며, 고용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는다.

말로는 프리랜서라고 할 뿐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자성 판단의 주요한 기준에 모두 해당된다. 그런데도 일부 고용주들이 청년 실업난과 코로나발 고용 충격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위장 프리랜서’를 양산하고 있다.

사진출처-통계청
프리랜서의 수가 얼마나 되는 지를 보여주는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 자료제공 통계청

직장인 A씨는 입사 당시 인턴 후 정직원 전환이라는 조건으로 디자인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회사는 기존 조건과 달리 자의적으로 프리랜서 형식으로 A씨를 고용했다. A씨는 "비슷하게 입사한 다른 직원들도 모두 4대 보험 없이 프리랜서로 3.3%를 뗀 월급 받으며 일을 했다"면서 "근로계약서를 쓰자고 했는데 안 썼고, 4대 보험을 들어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A씨는 정직원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증명하면 밀린 4대 보험료를 모두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최초 입사일부터 계산해 퇴직금은 받을 수 있는지, 수없이 많이 했던 야근에 대한 수당을 받을 순 있는 것인지 걱정이다.

미용사 B씨는 "매장을 그만두고 밀린 월급을 못 받고 있다. 원장이 매달 급여를 주지 않고 조금씩 밀려서 월급을 줬다"면서 "항의하는 직원들에게는 제때 월급을 줬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미용실을 그만두고 고용노동부에 가서 말했더니 프리랜서라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C씨는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냈는데, 근로감독관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할 일이 없어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다른 정규직 개발자들과 똑같이 일했고, 회사가 지시한대로 업무를 했는데, 근로감독관은 계약서만 보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 ‘위장 프리랜서 계약’ 법망 피하기 꼼수에 노동자는 ‘권리 박탈’

이같은 사례가 속출하는 주된 이유는 역시 비용절감에 있다. 돈을 덜 주기 위한 편법으로 위장 프리랜서 활용이 판을 치고 있는 것. 지난 8월 22일,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 대신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해 불이익을 본 사례들을 공개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당연히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할 디자이너, 호텔리어, 판매사원과 같은 직종도 법망을 피해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테면 ▲회사의 지휘통제를 받으며 통상 업무에 속하는 일들을 하고 ▲겸업을 절대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인데도 불구,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최저임금 등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가 '묻지마 판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스마트폰 판매 노동자가 체불임금 진정을 냈더니 근로감독관이 계약 건당 인센티브를 받기로 했기 때문에 근로자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측은 "외근직 노동자들은 점점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추세다. 회사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하면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업주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대신 노동법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직종에 근무하더라도 사정에 따라 근로자인 경우와 자영업자인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사례가 하나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으레 자영업자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산업의 변화에 따라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 사업주의 수익은 일하는 노동자들로부터 나온다는 점,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노동자성 판단 기준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가 프리랜서 계약 시 본인이 3.3%의 소득세를 내야 하고 근로기준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함에도 사업주는 단지 비용 절감이라는 이유로 이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음에도 이같은 사태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 위태로운 프리랜서들의 권리, 해외 사례 참고해 볼 필요 있어

우리와는 달리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시대 흐름에 맞게 법을 제정한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AB5법을 통해 입증책임의 부담을 ‘사용자’에게 뒀고 근로자성의 판단 기준을 완화했다.

지난해 9월 18일 AB5 법안에 서명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출처-Rideshare Drivers United
지난해 9월 18일 AB5 법안에 서명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출처-Rideshare Drivers United

AB5법은 입증책임의 부담을 '사용자'에게 두고 근로자성 판단 기준은 완화했다.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울 것(a) ▲하는 일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을 것(b) ▲사용자와 동종 분야에서 본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별개의 영업, 직업 또는 사업을 영위할 것(c) 등 위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사용자'가 입증한 때에만 독립사업자로 보고,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간주하도록 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차량 공유업체 우버, 리피트의 기사는 고용된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프랑스 대법원은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파기원은 회사가 노동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거리를 모니터 할 수 있는 장비를 구비하도록 한 점을 들어 "고용관계 존재를 인정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지시 및 통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AB5법의 ABC 요건과 같은 현실에 부합하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은 당장 법률을 바꾸지 않고도 정립할 수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성 판단 지침을 새롭게 만들어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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