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칠전팔기 무색한 ‘채용비리 처벌 특례법’, 이번엔 다를까
상태바
[초점] 칠전팔기 무색한 ‘채용비리 처벌 특례법’, 이번엔 다를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0.09.16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한 경쟁 차단하는 채용비리 처단은 반드시 필요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채용비리 관련법 모두 폐기 전력
류호정 의원, 채용비리 처벌만을 담은 특례법 발의 준비
채용 비리 의혹 시달린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 논란 자욱
채용비리 근절이 필요한 것은 채용비리가 공정한 경쟁 기회를 앗아가는 반사회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리크루트타임스 김민수 기자] ‘조국 동생 '허위소송·채용비리 혐의' 1심 선고’, ‘오거돈 전 부산 시장 채용비리에도 관여됐나’ ‘박우량 신안군수, 직원 채용 비리혐의로 기소’ 등등 굵직굵직한 정치인의 이름이 채용비리라는 주홍글씨에 매달린 채 언론지상에 공개된 사례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정당한 자격을 지닌 이들에게서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채용비리는 단순히 청탁과 강압으로 풀이될 문제가 아니다. 공정 사회를 가로막는 커다란 바윗돌이기에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 어떤 것보다 뜨겁고 또 주목의 대상이 된다.

정부 역시 채용비리 근절을 공정 개혁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로 간주할 만큼 이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치켜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채용비리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괴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 채용비리처리 특례법 잇따라 발의 됐지만 모두 쓰레기통으로
그런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정치권 역시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지난 7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채용비리처벌 특례법 제정안 초안을 공개하며 채용 비리 근절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간 채용비리 처벌을 내세운 법률 제정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8년 5월,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그랬고, 지난해 1월 민병두 전 의원이 발의한 청탁금지법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이외에도 손금주 전 의원, 이정미 전 의원 등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는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언급된 모든 법은 임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국회에서 과연 채용 비리를 엄단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될 지경이다. 류호정 의원이 들고 나온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례법' 역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래서다.

■ 이번에는 기대를 걸어보지만 '채용 비리 주체 규정' 등이 발목 지적도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이번 법안은 지금까지 나온 것과는 성격을 달리 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채용비리만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점이 그것. 류 의원은 채용비리를 업무방해죄나 뇌물수수 등 다른 법률로 짜깁기해서 처벌하기보다 채용비리 그 자체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단호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정한 사회 구현에 심혈을 기울이는 현 정부로서는 채용비리 처단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다. 자료 채용비리 신고 홍보 이미지.
공정한 사회 구현에 심혈을 기울이는 현 정부로서는 채용비리 처단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다. 자료 채용비리 신고 홍보 이미지.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채용비리 정의가 모호한 것이라거나 명확하지 않은 채용 비리 주체 규정 등이 법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라면 이 부분은 퇴고에 퇴고를 거쳐야 할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법안 통과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채용비리를 받아들이는 국민적 정서다. 갖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채용비리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다.

■ 공공이나 민간이나 채용비리 좀 처럼 줄지 않아
정치권과 정부의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최근에도 채용비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올해 상반기 지자체를 상대로 특별감찰을 실시한 결과 채용비리 등 생활 속 불공정행위 5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같은 달 9일 도 산하 기관에서 채용업무 부적정 사례 32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2월 공공기관 1205곳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채용비리 182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에서의 채용비리만큼 민간 기업에서의 채용비리도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도 흐리겠다는 것일까. 이와 관련된 의미심장한 뉴스가 16일,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었다.

16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4명의 최종 후보(윤종규 현 회장,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를 면접한 후 윤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3번째 연임이다.

연임 자체가 놀라울 건 없지만 문제는 윤회장의 이력이다. 윤회장은 2018년 은행들의 채용 비리 사건 당시 은행장 시절의 종손녀 채용 비리 의혹에 시달렸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윤회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당시 인사팀 실무자들은 실형을 선고받음으로써 그의 채용 비리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런 이가 다시금 회장직을 맡는다는 것이 이 사회가 채용비리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것.

채용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가운데). 사진제공 류호정 의원실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준비하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해 “채용비리로 인해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은 깊은 절망감과 박탈감에 분노한다. 오늘도 불안한 미래에 청춘을 저당 잡힌 청년들의 한숨과 눈물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해답을 준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