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번엔 못 내려가요, 코로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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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번엔 못 내려가요, 코로나 때문에”
  • 이효상 기자
  • 승인 2020.09.1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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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귀향 애써 마다하는 청년들 느는 가닭은
코로나가 반갑다는 청년들, 속사정 들어보니
코로나 핑계로 취업 독촉 안 들어도 돼서 좋아

[리크루트타임스 이효상 기자]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명절의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이번 추석엔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혹여라도 고향에 갔다 감염이 되기라도 하는 날엔 즐거운 명절 대신 끔찍한 명절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에 벌써부터 고향 방문을 포기한 것. 대한민국의 모든 며느리가 바라는 일인 동시에 정부가 바라는 그림이기도 하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에게 추석 연휴 기간 이동 자제를 거듭 ‘권고’하고 있다. 말이 권고지 할 수만 있다면 강제성이라도 부여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권고든 혹은 자발적인 결정이든 이번 추석, 고속도로의 지·정체가 줄어들 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 행복한 명절의 일상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없어 슬픈 이들이 늘어나는 이면엔 고향 방문의 공포에서 해방되었다며 은밀한 미소를 짓는 이들도 있다.

취업을 못 해 애태우는 청년 구직자들 이야기다. 명절이라고 집에 가봐야 좋은 소리 못 들을 게 뻔한 탓이다. 어디 한두 번인가. 부모님의 친구 자식들은 하나같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미스터리를 명절마다 목도하는 것이 즐거울 리 없지 않은가. 

무슨 핑계를 써서라도 고향 방문을 회피하고 싶은 그들에게 때마침 들이닥친 코로나는 최적의 핑계일 수밖에 없다. 맛있는 명절 음식을 포기해야겠지만 그게 어디 대수랴. 

금의환향하는 자식이 못 될 바에야 그냥 외로운 명절을 보내는 게 낫다는 청년들.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계속 이래서는 안 된다. 

지난 9월 9일 통계청이 내놓은 올해 8월 고용동향은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취업자가 줄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상 최저의 고용률도 낯설지 않다.

청년들은 어땠을까. 최악이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1%포인트 줄어든 42.9%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포인트나 폭등했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도 3.1%포인트 오른 24.9%로 8월 기준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쯤 되면 취업을 한 청년들이 로또 당첨자처럼 보일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일자리 예산을 천문학적으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그게 청년 취업을 담보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란 건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뿐이다. 

아무리 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 구직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명절조차 누릴 수 없는 그들, 현재 추세라면 해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확률이 태반이다.

이번 추석을 간신히 모면한 청년들이 다음 명절인 구정에는 당당하게 집에 갈 수 있을까. 모쪼록 그러기를 희망해본다. 그래서 다음 구정엔 ‘코로나 때문에’라는 핑계를 댈 필요가 없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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