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중소기업 ‘워라밸’,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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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중소기업 ‘워라밸’,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 강석균 기자
  • 승인 2020.09.17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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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보장 되지 않는 점이 중소기업 기피 이유일 수도
밀레니얼 세대의 좋은 직장 기준 첫번째로 워라밸 꼽혀
대기업 선호 현상의 상당 부분은 워라밸과 무관하지 않아

[리크루트타임스 강석균 기자]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은 좋은 직장을 가늠하는 첫번째 요소다.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워라밸 보장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워라밸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기업 편향의 구직 의자를 걱정한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도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지만 여전히 소귀에 경읽기다. 가장 큰 이유는 워라밸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적 문제로 인해 워라밸 보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밀레니얼 세대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입증하는 조사가 나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 507명을 대상으로 '좋은 직장의 조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워라밸 보장(49.9%, 복수응답)'이 가장 많은 답변이었다고 2일 밝혔다

이어 '주52시간 근무제 등 워라밸 관련 제도 확산(38.3%)'과 '중소기업 지원으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37.3%)', '양질의 일자리 증가(27.4%)' 등도 좋은 직장이 많아지기 위해 필요한 주요 조건들로 꼽혔다.

사진출처-잡코리아
밀레니얼 세대에게 있어 좋은 직장은 곧 워라밸이 보장되는 직장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밀레니얼 직장인 선정, 좋은 직장 조건. 자료 제공 잡코리아

■ 중소기업 워라밸, 하고는 싶지만 비용이 발목 잡아

이처럼 워라밸은 좋은 직장을 고르는 주요한 선택기준이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이를 활용하기 힘든 상황임은 명확하다.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A(26)씨는 “사람 적은 회사에서 큰 회사처럼 결과를 내려고 하니, 있는 사람들만 쥐어짜는 구조다. 야근과 주말 출근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데, 격무가 이어지면서 또래보다 빨리 방전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고 했다.

또 다른 5년차 직장인 B(33)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회사에선 빨리 퇴근하라고 닦달하지만 업무량이 워낙 많아 회사에서 혼자 남거나 자택에서 일을 가지고 무임금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내 업무를 대체해줄 사람이 없는 이상 주 52시간제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라밸을 하고 싶어도 회사 구조상 일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덕분에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의 싹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경영진도 워라밸의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나름의 고충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주 52시간 단축 후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1000억원이다. 이 중 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서 전체 추가 비용의 70%인 8조6000억원을 떠안는다. 자금 사정이 원활한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이 정도의 비용 부담은 쉬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 때문에 중소기업 경영자는 워라밸 보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재택근무나 시차출퇴근제 등의 유연근무제 확산에서도 중소기업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유연근무제에 관한 중소기업의 실시율은 대기업에 크게 못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진출처-사람인
‘유연근무제 실시 현황’ 조사 사진출처-사람인

지난 8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342개사를 대상으로 ‘유연근무제 실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3%가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 결과(22%)대비 14.3%p 증가한 수치며, 같은 조사를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대기업은 전체 대기업의 57.3%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30.3% 수준이었다. 중소기업 중에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비율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안 그래도 벌어진 워라밸 보장 수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 이대로 나간다면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 위주의 취업 문화가 불러온 부작용이 한 둘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건설적 고용 문화 정착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소기업 워라밸 구축에 관한 확실한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한 고용 전문가는 "근로자들은 워라밸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정작 경영진이 바뀌지 않았으며 기업 내 문화 역시 중소기업은 워라밸에 맞추기엔 한계가 많은 상황"이라며 "공공부문에서도 더욱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며, 실제 민간 기업에서의 애로사항 역시 정부가 세심하게 살펴 좀더 촘촘한 유도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위축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민간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워라밸일자리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기존의 장시간, 경직적 고용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에까지 확산해 뉴노멀 근무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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