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에 내몰린 여성들..'창업', 도전 아닌 마지막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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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19에 내몰린 여성들..'창업', 도전 아닌 마지막 보루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09.18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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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이후 여성 창업 전년 동기간 대비 37만 8847개로 28% 급증
여성 10명 중 1명 코로나19로 실직, 40%가까이 돌봄으로 퇴직 고려
고용상 성차별, 직장내 성차별 갑질 만연..불합리한 노동환경 바로잡아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돌봄 공백으로 인해 많은 여성 직장인이 실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여성의 경우, 재취업이 녹록치 않아 장기실업을 유발하고 결국 경제적 취약계층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돌봄 공백으로 인해 많은 여성 직장인이 실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여성의 경우, 재취업이 녹록치 않아 장기실업을 유발하고 결국 경제적 취약계층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코로나19의 한파는 유독 여성에게 더 매서운 것일까. 한 조사결과 코로나19로 여성 10명 중 1명이 실직을 경험했으며, 여성 10명 중 4명은 돌봄 부담으로 퇴직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상승하고 있는 '여성 창업'은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현상에 가까운 지표라는 주장도 나온다. 성공을 위한 도약이 아닌 실업 뒤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차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에 여성 노동시장 '빙하기'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조는 지난 9월 16일 '여성노동 현실 진단과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성평등 노동으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10명 중 1명은 코로나19로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답자 중 8.2%가 코로나로 인해 실직 상태라고 답했으며 2.5%는 실직했으나 재취업을 한 상태라고 답한 것. 즉 전체 응답자 10% 이상이 코로나19로 실직을 경험한 셈이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로 돌봄 노동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36.4%가 돌봄 부담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위기에 놓인 것으로 답했다.

문제는 이처럼 코로나19 등 급격한 경기침체로 노동 한파를 겪은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데 있다.

■ 고용상 성차별 불가? 법의 밖에 있는 취업
고용에 일자리에서 성차별과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한 번 더 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이 여성에게는 더 높은 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최근 잡코리아가 직장인 7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남성의 66.5%가, 여성은 이보다 많은 76.6%가 직장 내 유리천장이 있음을 공감하고 있었다.

또한 정부가 9월 16일 발간한 2020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수가 지난해보다 19.6% 증가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과장급은 19.1%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모든 수치에서 여성 임용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나, 그 모든 수치가 절반인 50%를 넘지 못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정부의 입김이 가장 닿기 쉬운 공공부문에서 마저 여성 채용과 유리천장이 만연하다는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중앙부처의 여성 임원이 세자리 수를 넘어선 것은 불과 지난해, 2019년에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사실 여성들은 유리천장을 뚫기는 커녕,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일 조차 쉽지 않다.채용 관문을 넘어서는 일이 남성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으로 살폈을 때 고용상 성차별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남녀고용평등법상 고용상 성차별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법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만약 모집과 채용에 있어서 사업주가 남녀근로자를 차별하거나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키, 체중, 미혼 조건 등을 제시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정부가 배포한 고용상 성차별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차별 유형과 금지내용(자료제공=고용노동부)
정부가 배포한 고용상 성차별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차별 유형과 금지내용(자료제공=고용노동부)

동일 임금에 대해 성별에 따른 차별을 둔 경우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정년과 퇴직 및 해고에 있어 남녀를 차별했을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적인 채용과 면접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교육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2018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취업률 증가는 1.8%p를 기록한 반면 여성의 증가 폭은 1.2%p에 불과했다. 남녀 취업률 격차는 2016년 2.6%p에서 2018년 3.6%p까지 벌어졌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기초로 하면 국내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여성의 경우 3.6%로 10년 전 3.0%보다 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남성 실업률은 3.9%로 4.1%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여성의 일자리는 남성보다 불안하기만 하다. 같은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의 일자리는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다 할 수 있는 '상용직' 비율이 남성 55.2%보다 낮은 48.7%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임시근로자 비율은 24.9%로 남성 12.1%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 쇼핑몰 여성 창업가 "자의 아닌 타의였다"
여성의 안정적 고용이 불안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남성 창업자 증가보다 여성 창업자 증가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8월 28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여성의 창업이 전년 동기간 대비 37만 8847개로 28% 급증한 것. 남성 창업은 이보다 많은 43만 501개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간과 대비하면 24.4%로 증가율 자체는 여성보다 낮았다.

코로나19이후 쇼핑몰을 창업한 여성창업가 A씨는 창업의 첫 선택이 자의가 아닌 타의였다고 말한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 중인 A씨(익명,29세 여성)는 올해 상반기 결혼준비를 위해 지난해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를 결정했다. 이후 결혼을 마치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그에게 신혼부부라는 명찰이 꼬리표가 됐다. 꼬리표 뒤에는 '경단녀'라는 수식어도 함께 붙였다. 결혼과 경단녀라는 벽은 그가 일선에서 쌓아온 5년이란 경력보다 높았다.

A씨는 "많은 곳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면접 과정에서 기혼자인 것과 최근에 결혼한 사실을 밝히면 난색을 표했다"며 "아마 임신과 출산 등으로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나름 종사했던 업계에서 핵심 인사들만 처리할 수 있는 해외 업무도 도맡아 하고, 크진 않아도  업계에서 시상하는 트로피도 거머쥐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모두 과거의 일이 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결혼을 핑계로 경력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고, 기존 연봉보다 낮은 임금을 요구한 기업도 다반수였다. 불합리한 환경에서 취업을 위해 애를 먹느니 차라리 경력을 살려 쇼핑몰을 창업하기로 했다"는 그는 "아직은 모든게 어렵다. 직장인을 시켜준다면 다시 직장에 다니고 싶다. 이왕 창업했으니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고 웃었다.

A씨가 실제로 쇼핑몰 운영을 위해 촬영한 이미지 사진. A씨는 창업 이후 이미지 촬영부터 보정 작업, 도소매 업무를 모두 홀로 도맡아하고 있다.
사진 좌측은 A씨가 실제로 쇼핑몰 운영을 위해 촬영한 이미지 사진. A씨는 창업 이후 이미지 촬영부터 보정 작업, 도소매 업무를 모두 홀로 도맡아하고 있다.

A씨의 사례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여성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표와 코로나19 이후 여성 창업가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표의 조사 기간이 맞아떨어지는 점이 단순한 우연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 이후 취업의 문을 넘지 못하고 생계 유지를 위한 창업을 선택하는 여성이 더 많을 것이란 짐작이 타당하다. 다만 여성 창업의 경우 다수가 베이커리, 1인 레스토랑 등 요식업과 쇼핑몰, 네일, 미용 등 뷰티 분야에 치중된 경향이 많다. 이미 모두 과포화된 시장으로, 창업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 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처벌과 근로감독 강화해야
한편, A씨 외에도 직장 채용과 근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결혼, 출산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처우를 받거나 채용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지난 달 27일 직장 내 결혼과 임신, 출산 등 모성보호권 침해 갑질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들은 무차별한 언어폭력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성 직장인은 아이가 생겨 결혼식을 앞당기게 되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임신을 하느냐,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받고 싶어서 일부러 계획한 입사 아니냐"는 비난을 들어야 했으며, 또다른 여성 직장인 역시 결혼이 임박하자 상사로부터 불합리한 퇴사 권유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직장갑질119의 신하나 변호사는 해당 사례들을 언급하며 "임신, 출산, 육아 중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모성보호법이 노동현장에서는 멀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처벌과 근로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열린사아버대학교 홍재기 교수는 "여성에게 불합리한 노동시장과 취업 구조가 여성을 불안전하고 위태로운 창업 도전으로 내몰고 있다"며 "여성을 위한 안정적인 사다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에서 내쫓겨 창업이라는 어쩔 수 없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 아닌, 도전을 위한 선택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여성들이 위태로운 창업 이후 경제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깰 수 있도록 사회의 보호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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