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직장내 괴롭힘 방어할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 도입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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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직장내 괴롭힘 방어할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 도입 언제쯤
  • 이효상 기자
  • 승인 2020.09.24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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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액 큰 미국, 일본 등지에서 급격히 세 확장 중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무색, 코로나 특수 직장 갑질 만연
손해배상액 자체가 크지 않은 한국 기업들, 큰 흥미 없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업의 방어수단으로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크루트타임스 이효상 기자]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 법으로 규제를 가해야 할만큼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인 상황이지만, 당 법의 시행으로 그간 쉬쉬하던 직장 내 괴롭힘이 고개를 수그릴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법 시행 이후 1년이 지났다. 당시의 기대감은 허튼 기대였음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여전한 직장 내 갑질의 증거를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KRIVET Issue Brief’ 제193호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이후, 단위 기업의 괴롭힘 사례’를 발표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가’ 항공업체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율은 26.6%, 2019년 하반기 6개월간 1000회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는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눈을 부릅뜨고 있음에도 많은 근로자들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체험하고 있으며 이를 시정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체념하거나 주변인과 공유하는 수동적인 방식 중심으로 나타났음이 많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근로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체념하는 경우가 잦았다. 신고해도 해결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자료제공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법은 여전히 해결사가 아니라는 증거다. 절반 가까이가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이 그 증거다. 비단 한국직능원의 조사만이 다는 아니다. 직장갑질 119나 민주노총의 조사 역시 여전한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기롭게 등장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홀대 아닌 홀대를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법 제정 당시부터 지적됐던 허술함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지난 7월, 법 시행 1년을 맞아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들과 부산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현황 자료를 분석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승진 민주노총 부산본부 상담실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은 직장 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1년 후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을 방문했지만 대부분이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라면서 법의 무력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법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애매모호한 처벌 조항과 이로 인한 사업주들의 방심이 일그러진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노무법인 길 권창근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업주 처벌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며 5인 미만 사업장과 하청업체,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법을 적용해야 한다"라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정도 필요하며 철저히 피해자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하고 가해자가 입증하게 해야 한다"고 법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분은 법 제정과 시행 당시부터 계속해서 언급된 부분이지만 아쉽게도 이의 개선은 현재로선 요원한 상황이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그 출생의 의의를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법마저도 무용지물인 상황에서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일 등에서 세력 넓혀..갑질로부터 기업 보호해줘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은 성희롱, 차별, 사생활 침해, 계약위반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말미암아 손실을 입은 기업이 가입하는 보험이다. 근로자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처리하려면 적지 않은 소송 관련 비용과 손해배상금 등이 발생하는데 이를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근로자의 권리의식 및 성에 관한 평등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이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차별을 이유로 한 배상청구위험이 적지 않다. 뿐만아니라, 다른 근로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근로자가 이러한 부당한 고용관행을 방지해야 할 기업이 감독책임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고용관행배상책임보험은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인 셈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근본 대책 수립 요구 기자회견. 사진제공 민노총

따지고 보면 이 보험은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업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보험이 직장 내 갑질을 사전 예방해줄 확률은 낮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갈수록 커져가는 직장 내 갑질에 대한 부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앞서 이런 상황을 경험한 바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의 판매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 내 갑질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때에 따라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 가입으로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상품이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유사한 것을 들자면 임원배상책임보험이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기업의 임원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만일에 일어날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다. 임원의 부당행위로 주주나 제3자(종업원, 소비자, 경쟁업체 등)가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해당 임원이 부담하는 손해배상금과 소송비용을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과 성격을 달리하지만 특약 활용으로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임원이 아닌 직원 간의 따돌림이나 부적절한 언행이나 성희롱 등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선 대처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를 종합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보험의 필요성이 발생했고 그것이 바로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보험 현황'을 발표한 보험연구원 정인영 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신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에 대비한 고용관행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내 도입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아직은 큰 반응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대기업 보험사가 이에 관한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고는 하나 아직 제대로 정체를 공개한 바는 없는 상황.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선례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시장 안착 가능성은 있다.

물론 전반적인 흐름은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의 필요성을 낮게 보는 것이 사실이다. 푸르덴셜 생명 김선일 부지점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직장 갑질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경우도 적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손해 배상액이 미국이나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라면서 "관련상품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큰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용관행배상책임 보험의 필요성을 적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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