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시들지 않는 통상임금 논란, 모범답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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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들지 않는 통상임금 논란, 모범답안은 어디에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09.29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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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소송 패소 시 기업 부담금 수백에서 수천억대 달해
기아차·두산모트롤 연이은 근로자 승소로 기업 근심 커져
신의칙 구체화·임금구조 단순화가 논쟁 막을 근본 해법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기업 경영환경 더 악화될 수도 있어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양측의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른다. 

[리크루트타임스 손영남 기자]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의 해묵은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른다. 모호한 기준 탓에 법관의 성향에 따라 다툼의 승자가 수시로 바뀌어 온 탓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연이어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통상임금 논쟁에 대한 저울추가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8월 2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근로자들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 사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관련 소송을 진행하던 수많은 기업들로서는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소식이었다. 최근 법원의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소송 패소 시 수천억의 임금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소송으로 기아차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액수가 4000억을 넘는 상황이다. 다른 기업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관련 소송 하나하나의 판결이 날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기아차 소송은 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기아차에 이어 두산모트롤까지 근로자 손 들어준 법원

기아자동차가 통상 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유사 소송을 진행하던 타 기업들의 근심이 커져가고 있다. 사진은 기아차 조립 라인.
기아자동차가 통상 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유사 소송을 진행하던 타 기업들의 근심이 커져가고 있다. 사진은 기아차 조립 라인.

한가닥 희망이나마 지니고 있던 기업들이 미처 정비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지난 9월 11일, 최후의 일격이 날아들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가 유압기기 제조업체 두산모트롤 노동자들이 주식회사 두산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되돌려보낸 것이 그것이다. 항소심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난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고 판시한 상황이었다. 노조의 주장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재산정한 수당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관련 소송 기업들이 구하고자 하는 답이 제시된 이 항소심을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재산정한 임금을 요구하더라도 모회사의 재정능력이 있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은 한가닥 희망을 안고 있던 유사 소송 기업들에게 회복될 수 없는 데미지를 안겨준 것으로 평가된다. 벌써부터 몇몇 기업들이 소송 포기를 고려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당장 소송포기를 결정하기는 무리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기본급 이외의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이를 기초로 산정되는 가산임금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수천억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어서 쉬이 이를 수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근로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현재 통상임금의 얼굴이다. 노사간에 이견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노사간 합의를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해왔다. 일종의 관례였던 셈. 그러나 2013년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근로기준법에 의거하라고 판시한 이후,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드세졌다.

덕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이 한둘이 아니다. 법원과 재계에 따르면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해 계류 중인 크고 작은 소송이 대법원에서만 30여건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만도, 금호타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기류만 놓고 본다면 남은 소송 역시 근로자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을 지급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을 순순이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대 쟁점 신의성실의 원칙, 법관 재량의 다른 표현
기업들이 불리를 인정하면서도 관련 소송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도 돈이지만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쟁점이라 할 신의성실의 원칙, 즉 신의칙이란 것이 법관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소송의 일대 전기를 마련한 2013년 대법원 판결이 바로 그 배경이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률성을 갖춘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되면 근로자가 신의칙에 따라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회사에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을 근로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이라 할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관의 재량에 상당 부분 기대야 하는 구조다. 이것이 매 소송의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이라 할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관의 재량에 상당 부분 기대야 하는 구조다. 이것이 매 소송의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문제는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라는 조건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이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회사마다, 판결마다 결론이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계는 이 부분에 대해 매번 목소리를 높여왔다.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잇는 구체적 판단기준 설정이 뛰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밝힌 것이 한 예다.

‘이월령비월령’ 식의 법적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당장은 이의 개선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필요한 것은 통상임금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지양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과 성과급을 더하는 한국식 임금구조가 통상임금 논란의 원흉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임금구조를 단순화하고 성과 중심의 체계를 도입해 통상임금 논쟁을 야기할 방책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이용기 교수는 “복잡한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통상임금 관련 분쟁을 줄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이는 입법은 물론이고 경영 현장에서 노사가 함께 풀어나가야 이룰 수 있다”며 통상임금 논란을 잠재울 방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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