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반복되는 '안전사고', 선진국처럼 처벌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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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반복되는 '안전사고', 선진국처럼 처벌 강화해야
  • 박세진 뉴스리포터
  • 승인 2020.10.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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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인한 경제적 손실 5년간 증가세
한국, OECD 회원국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내 기업 안전 분야 성적 최하위 수준
전문가, "선진국과 같이 처벌을 강화 필요"
사진출처-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대원들이 이천 물류센터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출처-경기소방재난본부

[리크루트 타임스 박세진 뉴스리포터] 산업재해에 대한 법안이 미비해 노동자들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업재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29일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해당 물류창고는 심사·확인한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수차례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발생 3개월 뒤, 용인 오뚜기 물류센터에서 같은 양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노동자 5명이 사망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자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법안 개정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공단 측이 파악하고 있는 최근 5년간 국가산업단지 내 안전사고 발생 건수는 164건이며,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89명, 부상 147명이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은 안전사고 전수 데이터가 아닌 피해확산 방지 목적에 한하여 안전사고를 집계했으며, 구체적인 기준은 ▲사망사고 ▲재산피해 1억 이상 사고 ▲유해화학물질누출사고 ▲언론중대보도라고 밝혔다.

안전사고 중 가장 피해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 유형은 화재(71건, 43.3%)와 산업재해(51건, 31.1%)이다. 또, 최근 5년간 안전사고에 따른 재산피해 585억 원 중 약 96%는 화재(563억 원)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 번의 화재 사고가 입주기업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도 작지 않다. 여타 유형의 안전사고는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반면, 산업재해 발생 건수와 인명피해 규모는 줄지 않고 꾸준히 집계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사망자 89명 중 52명(58.4%)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장 노동자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 산업재해 관리 소홀과 경제적 손실

사진출처-고용노동부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손실추정액은 5년간 계속 증가세를 보인다. 사진출처-고용노동부

반복되는 산업재해 속에서 경제적 손실역시 막대하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손실추정액은 2014년 19조 6,000억원에서 2015년 20조 4,000억원, 2016년 21조 4,000억원, 2017년 22조 2,000억원, 2018년 25조 2,000억원, 2019년 27조 6,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연도별 산재보상금지급액(직접손실액)의 5배로 추정해 계산된다.

한편 안전사고 피해규모에 비해 전국 국가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전담인력은 30명, 겸직인력은 18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마저도 전국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와 본사 인력을 제외하면 산단 지역본부별 평균인력 현황은 각각 전담인력 1명, 겸직인력 1.4명 뿐이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은 중소기업이 밀집한 시화국가산업단지와 여수석유화학산업단지의 안전강화를 위해 전담인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으나, 각각 1명 증원한 것에 그쳤다.

■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OECD는 ‘안전을 위한 기업경영’ 보고서에서 "부적절한 리더십과 잘못된 조직문화가 원인이 돼 안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족한 직무 능력, 이사회의 부족한 정보와 잘못된 결정, 공정 관리 실패 등이 중대한 사고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또 "사업상 안전한 운전과 지속적인 성공은 분리될 수 없다"며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전 관리에 실패하면 장기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사진출처-통계청
한국은 산재사망률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사진출처-통계청

하지만 국내 기업의 안전 분야 성적은 아직 최하위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가 855명으로 전년(971명)보다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 산업재해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과거와 비교하면 안전에 대한 기업 인식은 상당히 개선됐지만, 그럼에도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산업계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검토 중이다. 정세균 총리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500명대로 줄이기 위해 산업안전 제도 보완과 함께 위험사업장 집중 점검 등 필요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스스로 안전에 투자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기업에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으로는 대형 사고가 나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법정 형량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특례법을 만들어 다수의 사망자를 낸 대형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중대 재해는 기업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으로, 노동자나 안전 관리자 등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고 결국 경영 책임자와 기업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재갑 장관도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다중 인명 피해 등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단순히 현장에 있는 안전 관리자의 책임만은 아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례법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으면 결과적으로 경영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특례법 제정 방안을 추진 중이며 올해 말까지 입법을 완료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법안과 최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대 재해를 낸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징금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으로도 양벌규정에 따라 산재를 낸 기업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안전 관리자 등이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기업에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기업이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 장관은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위반해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그에 대한 경제적 제재 방안으로 과징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사람의 이기윤 번호사는 "선진국과 같이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한,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 안전을 뒷전에 두는 기업의 행태를 바꿀 수 없다"며 강력한 처벌강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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