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해만 8번째 택배기사 과로사..원인은 '인재' , 책임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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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올해만 8번째 택배기사 과로사..원인은 '인재' , 책임은 '전무'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10.14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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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진 고강도 노동이 사고 불렀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 투입해야"
추석 특수 기간 약속한 대체인력 투입,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산재보험 가입 쉽지 않은 특고 종사자, 가입률 15% 수준에 그쳐
지난 8일, 택배기사 김씨가 택배 배송 업무 중 사망했다.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개선과 과로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개선은 미비하다.
지난 8일, 택배기사 김씨가 택배 배송 업무 중 사망했다.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개선과 과로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개선은 미비하다.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결국 또 터졌다." 지난 8일 40대 택배 기사 김 씨가 업무 중 사망한 사고를 둔 세간의 반응이다. 터질 일이 또 터졌다는 식의 반응이다. 어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을 그의 죽음이 마치 예견이라도 됐던 것처럼 치부받는 모양새다.

이런 반응에는 그동안 개선책 없이 반복되기만 한 택배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다. 배송 업무 중 택배기사가 숨지는 사고는 올해만 벌써 8번째다.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덜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무색한 지경이다.

택배기사의 고강도 업무에 문제가 되는 것은 허울로 남은 정부 대책뿐 아니다. 택배기사의 사측인 물류기업들은 오랜 시간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 노조는 처우 개선을 위해선 배송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인력 증원과 시설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배송 수수료 인상 등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최저단가로 고착화된 국내 배송 문화에 있다.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다는 게 이들의 항명이다. 실제로 몇몇의 몰지각한 소비자들은 택배기사 과로에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결국 택배기사의 과로사는 정부의 안일한 대책, 사측의 외면, 소비자의 지나친 요구 등 이기주의가 낳은 인재인 셈이다.

■말뿐이었던 정부의 대체인력 지원
지난 추석 당시 택배기사는 분류작업에 부당함을 주장하며 작업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추석보다 30% 이상 택배 물량이 증가했음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사측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소속한 4000여 명의 택배기사가 파업을 선언한 것.

이에 정부와 택배업계는 물량이 증가한 추석 특수 기간 동안 지원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분류작업과 배송 지원인력으로 하루 평균 약 1만 명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 점검에까지 나섰다.

하지만 노조는 실제로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는 "정부가 해당 기간에 분류작업 인력으로 2069명을 투입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약 300명 정도 배치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사망한 40대 택배기사가 근무한 물류터미널에는 단 1명도 투입되지 않았다는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지난 9월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1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추석 기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필수노동자들의 노고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보건의료, 돌봄 종사자, 택배기사 등에 대한 근로환경 개선과 산재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발표 직후인 추석 기간 중에 약속한 대책 조차 지켜지지 않아 파업을 막기위한 달래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택배기사는 무리한 배송 일정과 물품 분류작업으로 이중 삼중에 해당하는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택배노동자에 대한 과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과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사진=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택배기사는 무리한 배송 일정과 물품 분류작업으로 이중 삼중에 해당하는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택배노동자에 대한 과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과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사진=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700원이 욕심이 되는 택배기사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택배 물량은 눈에 띄게 급증했다. 대책위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는 하루 평균 업무량이 분류작업의 경우 35%, 배송작업의 경우 2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지사 택배기사 1인이 체감하는 노동강도도 높아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지난 10월 10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도 이와 같은 현실은 적나라하게 반영됐다. 택배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기사 1인당 주 근로시간이 71.3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와는 전혀 맞지 않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택배기사는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로 업무 자율성이 보장받으니 배송 물량을 줄이면 될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고수익을 올리려고 필요 없는 무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택배기사의 임금 구조를 뜯어보면 사실상 불가능한 논리다.

택배기사는 임금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다. 월급이나 시급을 받는 대신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 임금 구조다. 한 건이라도 더 배달을 해야만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그런데 그 수수료가 턱없이 낮다. 택배기사의 수수료는 보통 건당 700원~800원 수준이다. 건당 수수료 700원을 받는 기사가 하루 100개의 물건을 배달하면 받을 수 있는 하루 일당은 7만 원이다. 공휴일과 주말 없이 매일 하루 100개의 물건을 배달하면 한 달 210만 원 수준을 지급받는다.

통계청이 10월 초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자료에 나타난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297만 원이다. 이를 택배기사가 벌기 위해선 휴일 없이 하루 140개 이상의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

문제는 택배기사가 하루 일과 중 배송 업무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것. 배송을 위해서는 반드시 물건의 분류 작업이 필요하기 따름이다. 하지만 사측은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별도의 임금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

분류작업의 경우 배달을 위해서 불가피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배달된 건 수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노동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것. 오히려 분류작업을 거부할 경우 부당한 비용을 요구받기도 한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8일 숨진 택배기사 A씨도 이와 같은 경우다.

대책위는 "고인이 일하던 터미널은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40만 원을 내게 했다"며 "고인은 아침 7시부터 출근해 분류 작업에 나서야 했다"고 밝혔다.

택배 노동자들의 임금 구조나 수수료 비율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적어도 분류작업에 대한 인력은 별도로 고용해야한다는게 노조의 주장이다.

■사람을 갈아 만든 '빨리빨리' 문화

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당일 발송 판매 상품의 상품 문의 게시판.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배송과 관련한 불만과 문의가 대부분이다.
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당일 발송 판매 상품의 상품 문의 게시판.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배송과 관련한 불만과 문의가 대부분이다.

택배기사의 과도한 업무량은 추석이나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 발생된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고착된 문화이자 악습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는 빨리 빨리가 습관이 된 나라라고 표현한다. 이 신속 정확함은 우리나라의 자랑이면서 어두운 그늘이 됐다. 택배 산업이 이만큼 커질 수 있었던 데는 분명 도움이 됐지만 그 이면에 있는 택배기사들의 무리한 노동을 도외시하는 원인이 됐다.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네이버 쇼핑'만 들어가봐도 '당일발송', '오늘출발', '오늘출고'와 같은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은 탓이다.

최근에는 소비자가 구매 후 바로 다음 날까지 물품을 인수받지 못하면 '느린 배송'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심지어는 특정 날짜나 시간대 배송을 지정하기도 한다. 부재로 인한 물건 분실 시 피해 금액도 택배기사가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의 무리한 요구가 판매기업으로, 판매기업이 계약된 택배회사로 이어지며 결국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택배기사가 그 피해를 오롯이 떠안고 있다.

지난 2018년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산 신도시의 택배차량 진입 거부 사태와 같은 '이기주의'가 택배기사를 사지로 내몰고 있는 원흉이 되고 있다. 

모 유통회사에서 물류 발송을 담당자는 소비자들의 무리한 발송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모 유통회사에서 물류 발송을 담당자는 소비자들의 무리한 발송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정신적·육체적 고통에도 산재보상은 어려운 현실
8일 배송업무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숨진 택배기사 A씨의 유가족과 지인은 김씨가 평소 앓고 있던 지병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단초다.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한 것은 올해 8건을 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A씨는 산재보험을 통한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숨진 김씨가 생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상 택배기사 등 14개 직종의 특고 종사자는 산재보험 임의가입자이기 때문에 적용 제외 신청이 가능하다.

자발적으로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할 경우 매달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대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인 보호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이 결정이 당사자의 자발적인 의사 외 사측의 입김이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리점 소장들이 사실상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데,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면 좋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 현장 기사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수고용형태 종사자가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선 사용자와 보험료를 반씩 부담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택배기사가 산재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평균 4만 원~ 5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임금근로자 등의 산재보험 가입이 사용자가 전부 부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이유 탓에 특고 종사자들의 산재 보험 가입률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정부가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법을 손질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중 산재보험 가입률은 1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산재보험법상 전속성 요건을 갖춘 특고 종사자 50만 3306명 중 41만 8546명은 산재보험 제외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보험 전문 노무사이자 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찬영 스마트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특수고용형태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비용을 사용자가 전부 지불하는데 부담이 따른다면 제도 안착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보호를 위한 법이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보험을 적용받는다 하더라도 과로로 인한 산재보험 인정은 사측의 적극적인 자료 협조가 없다면 개인이 해결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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