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노동자 추락사', 비용 절감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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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노동자 추락사', 비용 절감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안전
  • 박세진 뉴스리포터
  • 승인 2020.10.1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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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6월, 182일 동안 117명 추락사 사망
안전보건 규칙 추락방호조치 없는 경우 74%
추락사 10건 중 7건 이상이 '안전사고'
법 허술 탓, 민간 추락방지시스템 개발
사진출처-인천소방서
건설 노동자들의 추락사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사진출처-인천소방본부

[리크루트타임스 박세진 뉴스리포터] 올해 상반기 산업현장에서는 추락사가 꾸준히 발생했다. 안전시설 미비가 추락사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올해 1~6월까지 182일 동안 117명이 추락사로 목숨을 잃었으니 평균 사흘에 2명이 추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항상 추락사의 위험에 놓인 노동자를 위한 법 개정이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자 민간 차원에서 추락사 예방을 위한 제품을 내놓는 실정이다.

사진출처-정의당
추락 건수 117건으로 사망사고의 49%를 차지한다. 사진출처-정의당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에 제출한 2020년 1∼6월 재해조사의견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산재 사망사고는 237건으로 사망자 수는 243명이다. 이 가운데 추락사가 117건으로 주를 이루었다. 비율로는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49%를 차지했다. 추락사 가운데 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따른 추락방호조치 없는 경우가 74%로 조사됐다.

추락사 117건 가운데 추락방호조치(안전망, 안전대 부착시설, 안전난간 설치, 달 비계 등의 구명줄 설치 등)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일어난 사고는 86건으로 74%다. 한 마디로 추락사 10건 중 7건 이상이 '안전사고'인 것이다.

추락사가 많은 업종으로는 건설공사가 88건으로 4건 중 3건꼴이었다. 추락사 사망자는 주로 일용직이었고(85명) 원청의 직접시공이 아닌 하청이나 개인 시공 등이 59건으로 절반이 넘었다.

사진출처-정의당
추락방호조치 미실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진출처-정의당

사망사고는 몸의 균형을 잃어서라기 보단, 돈이 없어서 난다. 올해 상반기 사망자가 속해 있던 사업장의 규모별로 나눠보면, 규모가 작을수록 사망자 수는 많았다. 사업장 규모가 확인된 사망자 239명 중 74명(31%)은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5인 이상~10인 미만 사업장이 69명(24%), 10인 이상~20인 미만 사업장은 36명(15%)이었다.

공사대금의 규모로 봐도 그렇다. 공사대금이 존재했거나 그 규모가 확인된 현장의 사망자는 총 140명이었다. 이 중 1억원 미만의 대금을 받는 현장에서 50명(36%)이, 1억원 이상~5억원 미만 규모의 공사에서 33명(24%)이 사망했다. 전체의 60%가 5억원 미만 공사에서 사망한 것이다.

산업 현장에 안전난간이나 안전망, 안전대만 갖추고 있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이익을 좇아 이를 무시하여 일어난 사고는 말 그대로 '예고된 죽음' 일 수밖에 없다.

■ 노동자의 안전보다 원가 절감이 우선인가?

일부 기업에서는 비용 때문에 추락방호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정의당은 시중에서 계단, 슬리브, 철골구조에 쓰는 탈부착형 안전대 난간이 10,000원~30,000원대, 그물코 2cm짜리 4m*50m 추락방지망이 300,000원대에 팔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산업현장의 추락사는 비용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높은 곳에서 해야 할 작업이 남았는데 시설을 철거한 뒤 다시 설치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 추락사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정의당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호조치 없는 추락사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 공사 편의나 속도보다 방호조치를 더 하는 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사람 김병진 안전문제연구소장은 "추락사가 꾸준히 느는 상황에서 추락 방호 조치조차 성실히 시행되고 있지 않은 부분은 산업 안전 전반에 걸쳐 큰 문제이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또는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의 법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공사 편의나 공기 단축을 이유로 안전그물망, 안전난간, 안전대부착시설 등 추락방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 등 중대재해로 이어진 사고가 태반이었다”며 “발주처 내지 원청기업, 그 경영책임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지워 추락방호조치를 하는 것이 공기 단축이나 공사 편의보다 훨신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 추락사를 막기 위한 민간차원의 노력 존재

정부의 법 개정이 지지부진 하자 민간 차원에서 사망 차단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남동발전은 산업현장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추락방지시스템을 개발했다. 남동발전은 7월 하순부터 이 시스템을 발전소 현장에 적용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출처-남동발전
노동자들의 추락사를 막기위해 민간에서 나서기 시작했다. 사진출처-남동발전

지능형 추락방지시스템은 고소작업 구역에서 안전대걸이 미체결 시 현장 근로자에게는 LED램프(빨간색)로 경고를 하는 동시에 공사감독에게는 원격으로 미체결 근로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 공사감독이 안전대걸이 체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남동발전은 "추락재해의 60% 가량이 고소작업 시 안전대 걸이 미체결에 의한 것이며, 이는 안전대 걸이 체결 후 작업의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었다"면서 "이 시스템을 통해 사망재해 가능성이 높은 산업현장 추락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이 시스템은 센서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발전소 정비시 높이 70~80m에 이르는 보일러 내부 밀폐공간 고소작업자의 안전대걸이 체결여부를 원격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보일러 내부 밀폐공간에 대한 작업근로자의 출입여부 실시간 확인과 안전모 턱끈 미착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갖췄다.

현재 남동발전을 비롯해 한전KPS, 한국시설관리공단, SK머터리얼즈에 시범 납품돼 운영 중에 있다.

이에 법무법인 사람 김병진 안전문제연구소장은 "이번 추락방지시스템 개발에서 나아가 안전문제에 대한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조속히 정부 정책이 마련되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공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업의 가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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