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소기업 구인난 해갈 일등공신,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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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중소기업 구인난 해갈 일등공신,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선 시급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0.14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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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동의 없이는 국내 재취업은 꿈도 못 꿔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조차 못 누리는 현실은 국가 망신
현대판 노비문서 비난 들어도 제도 개선은 난망
외국인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독소조항이 많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크루트타임스 손영남 기자] 고질적인 중소기업 인력난 해갈에 큰 몫을 담당해온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사람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해왔음에도 정작 외국인근로자들에겐 현대판 노비문서와 다를 바 없는 독소조항으로 인해 제도 본래의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전부터 이와 관련된 인권 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해결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기업들의 눈치 보기가 적잖이 작용한 것이 크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지면서 새삼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리에 대한 시선이 너그러워진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수급 차질이 아니었다 해도 언젠가는 짚고 넘어갈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자타공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지금, 외국인 근로자를 향한 불평등한 처우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코로나19로 이주노동자 열악 처우 더 불거져
지난 10월 8일, 복수의 이주노동자 단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불거진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밝히고 이들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이주단체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됐지만 코로나19로 재취업이나 본국으로 출국이 힘들어진 이주노동자가 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6월 현재 미등록 상황(불법 체류)에 처한 고용허가제 노동자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6배 많은 3480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주단체는 "최근 정부가 이들에게 취업 활동 기간을 50일 연장해주고, 출국을 전제로 30일간 임시 체류를 허용했다"며 "그러나 이 기간에는 일하기 힘들뿐더러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에도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한층 열악한 상황에 놓였음에도 특별히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 정부에 날을 세운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국내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에 혁혁한 공을 세워왔음에도 정작 당사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바닥을 헤매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제한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한 기자회견 모습. 사진제공 이주노동희망센터

이들을 위한 시정 노력은 곧 이주노동자 활용으로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주단체가 "이주노동자가 근로 현장을 떠나게 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중소기업도 생기고 있다"며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된 이주노동자가 기존에 고용된 업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인 것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04년 처음 도입돼 올해로 시행 17주년을 맞이한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취업 기간인 3년 동안 3회까지 사업장을 옮기며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 사업주 손에 달린 이주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이 문제
올 2월, 밀양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네팔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그간 쉬쉬하던 고용허가제의 맹점을 만천하에 드러낸 극단적인 케이스였다. 계약이 채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개인적 사유로 본국을 다녀오고자 했던 이주 노동자의 바람과는 달리 사업주가 계챡 종료전까지는 출국을 허가해주지 않았고 이 일이 도화선이 돼 불거진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해도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주노동자와 사업주의 갈등은 도처에 산재해있다는 것이 인권단체의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언제나 주도권은 사업주에게 달려있어 이주노동자들은 어디에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무법인 길의 권창근 노무사는 ”지금처럼 노동자를 사업자에게 전적으로 종속시켜 놓은 고용허가제도의 반인권성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려한다면 이번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자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게 설계되어 있는 제도상의 맹점을 바로 잡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내비쳤다.

굳이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 해도 이런 식의 갈등은 제도 도입 이후 줄곧 이어져온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제도 도입의 배경에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게 만든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자국 노동자를 활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기업들은 주로 영세한 경우가 많아 노동자의 인권보다는 영세 기업들의 활성화에 더 방점을 두고 있는 것. 그렇다 보니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현장의 말이다.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3년까지 일할 수 있으며, 사업주 도움으로 1년 10개월 연장하면 총 4년 10개월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구조다. 단, 이 기간 중 휴직이나 이직은 전적으로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주노동단체들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업장 변경에 실패한 주된 이유는 사업주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제공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단체들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업장 변경에 실패한 주된 이유는 사업주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제공 이주노동희망센터

현행 고용허가제대로라면 이주 노동자에게 이직이나 휴직은 선택하기 힘든 조항이다. 사용자의 동의 없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불합리한 처사에도 쉽게 반발할 수가 없다. 사업주가 허가를 해줘야만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주 말이 곧 법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 자유권마저도 침해당하는 현재의 제도가 용인되어선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스마트법률 사무소 김찬영 변호사는 "현행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사업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가 힘들어진다"면서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한 법과 제도를 조속히 정비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업주에게 강력한 처벌을 안겨주는 동시에 근로감독과 사전 예방 교육을 통해 이주노동자 권리 구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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