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로나19 칼바람에 무방비 노출된 '건설 비정규직'
상태바
[이슈분석] 코로나19 칼바람에 무방비 노출된 '건설 비정규직'
  • 박세진 뉴스리포터
  • 승인 2020.10.19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하고 안전한 정규직, 위험하고 힘든 비정규직 여전
다치거나 숨진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7배
아무리 떠들어도 위험의 외주화는 망령처럼 부유
코로나19가 재확산 됨에 따라 건설업계 비정규직이 겪는 고통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겐 반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비정규직 많기로 소문난 건설업계에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리크루트타임스 박세진 뉴스리포터]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전사고는 해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법이 만들어져도 그때뿐, 항상 안전사고의 주대상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다. 특히 건설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안 그래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로 건설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남에 따라 건설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전사고 역시 증가일로에 놓여있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함에도 유독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전사고율이 높은 것은 역시 위험의 외주화와 무관하지 않다. 편하고 안전한 일은 정규직이, 위험하고 힘든 일은 비정규직이 한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영속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보여주는 조사가 있다. 지난 4일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급순위 10대 대기업 건설 현장에서 다치거나 숨져 산재 승인을 받은 비정규직은 1471명으로, 정규직(207명)의 7.1배다.

대기업 건설사들이 정규직에게만 산업재해 예방 노력을 펴는 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수치.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하청업체에 위험 업무를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자료를 뒤적이다 보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아찔함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료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사망·부상 재해가 가장 잦았던 곳은 GS건설로, 414명이 산재 승인을 받았는데 이중 88.4%인 366명이 비정규직이었다. 

롯데건설의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산재 발생 격차가 무려 10배에 달했다. 산재 승인자 중 비정규직은 137명, 정규직은 14명이다.

산재가 두번째로 많이 발생한 대우건설의 경우 정규직(30명)보다 8배 많은 비정규직 240명이 사망 또는 부상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현대건설 산재 승인자는 비정규직 비정규직 126명, 정규직 14명이며 삼성물산은 비정규직 172명, 정규직 28명이다.

어디랄 것도 없이 안전사고를 당하는 쪽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료 할인액수도 급등하고 있다. 

현행 산재보험 제도는 개별실적요율제를 도입해 건설업의 경우 총 공사금액이 60억원 이상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재해 발생 실적에 따라 산재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해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로 지난해 삼성물산은 산재보험료 100억원을 감면받았고, GS건설은 70억원을, 대우건설 79억원, 롯데건설 67억원, 현대건설은 64억원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았다. 건설사 10곳의 산재보험료 할인액은 모두 665억원으로 지난해 산재보험료 할인총액 6694억원의 10%를 차지한다.

사진출처-장의원
산재신청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들어났다. 사진출처-장철민 의원 공식 홈페이지

법무법인 사람 김병진 안전문제연구소장은 “여러 안전과 관련된 사고를 보면 대부분이 큰 회사는 다 빠져나가고 하청업체들이 대부분의 책임을 지게 된다“ 며 ”큰 기업체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진짜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모든 공법이라든지 사업, 이런 것들을 하도급을 줘버린다“며 안전의 외주화를 지적했다.

■ 비정규직 증가에 따라 안전사고 수치도 느는 모양새
비정규직 근로자의 안전사고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역시 비정규직 근로자가 그만큼 건설 현장에 다수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직종 특성상 비정규직 활용이 도드라지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지난 6월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에 위치한 건설사 소속 정규직 직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수는 3만6487명, 비정규직 직원(기간제 근로자)수는 1만49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정규직은 감소(2019년 3만7132명)하고, 비정규직은 증가(2019년 1만4723명)한 것이다. 이로써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불과 6개월 만에 28.39%에서 29.05%로 확대됐다.

연도별 10대 건설사의 비정규직 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은 26.11%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7년에는 현장채용직도 비정규직 통계에 포함시키라는 정부 권고 영향으로 29.81%까지 급등했다.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조를 앞세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데다, 국내외 업황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2018년 26~7%대로 감소했지만 차츰 다시 늘어 30%대 돌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설사들의 총 건설공사액은 294조원으로 전년보다 0.4%(1조원) 증가했다. 공사액이 소폭 증가했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1.1%) 이후 가장 낮게 증가한 수치다.

사진출처-통계청
지난해 건설공사액은 294조원으로 전년보다 0.4%(1조원) 증가했다. 사진출처-통계청

세부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민간부문과 해외부문의 공사액은 각각 0.8%, 12.9% 감소했다. 줄어든 공사액을 메운 것은 공공부문으로 지난해 공공부문 공사액이 10.7% 늘어났다. 공공부문에 의지해 건설업이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10대 건설사 가운데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곳도 삼성물산,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그룹차원에서 채용을 진행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대 건설사들은 필요한 인력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채용을 통해 인력 채용에 나섰다. 건설업의 일자리 질도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규직은 약 1.7%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은 약 1.5%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아 인력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공채보다 인력이 필요할 때 마다 수시·상시채용을 통해 부족인원을 채워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교수는 "주요 건설사들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기초체력이 약화되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업황이 더 악화되면 인력 구조조정 강도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