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소장의 100세시대 인생공부4] 스스로 선택하여 살아야 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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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소장의 100세시대 인생공부4] 스스로 선택하여 살아야 내 인생이다
  • 편집국
  • 승인 2020.11.1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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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신한Neo50연구소 소장/신한금융투자

2017년 4월 9일 용문산 등산을 했다. 정상이 1157m에 이르는 높은 산이다.
비온뒤 산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산은 물이 많아야 인심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주와 전날에도 비가 내려 계곡물이 넘치고 깨끗했다. 흠뻑 적신 산들이 봄으로 내쳐 달리는 계절이 왔다. 이럴 때 계곡 물 굴러가는 소리는 복잡한 머리를 비집고 들어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계곡이 깊으면 오래도록 들을 수 있으니 명산이라 불러 준다. 나무들은 새순이 막 나오려는 듯 작은 멍울이 도톰하게 올라 있다. 엄지손가락 끝 손금으로 만져 본다. 뭉쳐있는 부드러움 같은 게 느껴진다. 겨우내 마른 침 넘기듯 버티어 낸 나무들은 이때가 되어야 물기를 가득 머금어 한결 여유가 있는 모습을 한다. 

절정의 제절을 연출할 자신감이 배어 있다. 진달래가 먼저 만개하여 계곡 양쪽 산비탈에서 흔들거렸다. 진달래는 산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가득할 때 꽃을 피워 본들 고운자태를 드러낼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이를 알고 선수를 쳐 서둘러 꽃부터 피어냈다. 그러곤 자신의 잎조차 뒤에 돋게 하였다. 

오직 진달래 만이 산의 주인이 되는 짧은 기간이다. 비 온 뒤의 등산로는 촉촉히 젖은 다음 물기를 뺏기 때문에 부드러워 걷기에 알맞다. 돌밭으로 이어진 길조차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정상만을 목표로 걸으면 지친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실리는 근육의 느낌이 좋아야 한다. 걸음마다 산의 기운이 올라오는 기의 순환을 즐겨야 한다. 그래야 산행을 계속 할 수 있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은 이내 정상까지 이어지게 한다.

하산 길에 암석 틈 사이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소나무가 보였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살펴보았다. 올라갈 때는 왜 보지 못하였을까? 3m 정도 되어 보이는 그 소나무는 암석들 한가운데 좁은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뿌리가 좁은 틈을 비집고 바닥의 얕은 흙까지 도달했을 것이 분명하다.

틈이 바닥까지 이어져 있지 않으면 소나무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암석과 맞닿은 부분은 대나무 마디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있다. 틈새를 가득 채우고 더 이상 굵국기를 키울 수 없다는 한탄이다.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싶으나 쉽지 않은 몸부림 같다. 

소나무는 지금의 높이를 최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표시는 해 두지 않았으나 언젠가 용문산을 다시 가야한다. 이 소나무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견디어 내고 있는지 궁금하니 꼭 다시 오겠다고.

2017년 5월 5일 북바위산 산행을 했다. 
북 바위산은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위치한 산으로 월악산과 마주보고 있다. 높이는 772m 지만, 정상까지 산행길이가 3km에 이르러 왕복 4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날 산행은 형님, 조카 등 세 명과 함께 했다. 1km쯤 산행하면 오른쪽 계곡 방향으로 마치 큰 북을 붙여
놓은 듯 너른 암벽이 보인다. 북 바위산이라 이름 붙여진 이유다. 북 바위산은 온통 암반과 암벽으로 형성된 절경이다. 

송계 계곡을 사이로 월악산 정면이 보인다. 그리고 여기도 암반과 암벽인 바위산 틈새 곳곳에 소나무가 자리를 틀었다. 미리 자리를 선택한다면 그곳에 뿌리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이 있다면 그곳만은 피했다. 

북 모양 암벽에도 소나무 한 그루가 위태로이 서있다. 나뭇가지는 하나뿐이다. 겨우 버티고 있다는 방증이다. 봐달라고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북 바위산 암반 사이 작은 틈새와 흙이 있는 장소는 여지없이 소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틈새의 크기와 머금은 흙의 양만큼의 키와 줄기를 갖고 있다. 어떤 소나무는 'L' 자 모양을 하고 있다. 그
길을 따라 흙이 얕게 이어져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이런 소나무는 북바위산 정상에 이르자 군락을 이루듯 분포해 있었다. 잠시 서서 헤아려 보았다. 30여 그루가 넘었다. 용문산 소나무가 무색할 만큼 많다.

2017년 6월 11일 희양산 등산을 했다. 
희양산은 높이 999m로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과 충청북도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에 있다.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로 보이는 매우 특이하고 웅장한 산이다. 희양산은 거대한 로프 등반을 각오해야 한다. 이날 등산에서 만난 소나무는 로프 등반의 좁은 통로 사이의 암벽 한 귀퉁이에 뿌리를 내린 다음, 그 뿌리가 암벽을 타고 길게 이어진 모양을 하고 있었다. 

뿌리지만, 나무의 줄기처럼 보였다. 로프를 잡고 오르는 모든 등산객의 등산화는 이 나무의 뿌리를 밟고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래도 버텨내고 있었다.

배한봉은 시 '빈곳'에서 '암벽 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풀꽃도 피어 있다. 틈이 생명줄이다. 틈이 생명을 낳고 생명을 기른다. 틈이 생긴 구석, 틈은 아름다운 허점'이라고 표현하였다. 

산은 거기에 있으되 산행만이 목표가 아니다 운동을 목표로 삼지 말고 산속에서 즐겨야 한다. 산이 통산로반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타,

주말은 집에서 왕따를 자치한다. 기족 모두가 바쁘다. 나도 바쁜척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싫다. 방법은 하나다. 나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생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등산을 시작했다. 혼자만의 산행을 고집한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 등산할 산과 등산코스를 스스로 정하는 기다. 준비물도 직접 챙긴다. 이 일은 쉬운 듯 어렵다. 

먼저 서울 근교 산을 모두 가 보기로 했다. 그 다음은 경기도 산이다. 그리고 범위를 넓혀 가는 거다. 문제는 코스다. 과거 산행은 모임이나 동창회, 회사 등 단체 산행이어서 따라가면 되었다. 따라가는 산행은 그 산의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로 내려왔는지 기억이 별로없다. 

내가 정하여 하는 산행은 가는 방법과 산행의 시작점과 하산 지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 산에 오르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산은 능선을 따라 올라야 한다. 북한산과 도봉산 등은 능선을 따라 산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능선을 다 올랐다. 등산의 달인들은 몇 개의 산을 가지고 무슨 소릴 하느냐고 할거다. 비교를 거부한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자기 방식이 있을 뿐이다. 

결코 백두대간 종주나 전국 100대 명산 등반 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목표로 하는 순간 버겁게 느낀다. 다만 계속 하려 한다. 쉴 수 있으되 멈추지 않음이 목표다.

어느 날 지인들과 대화 중 산행 얘기가 나왔다. 산에 갈 때마다 사진을 멋지개 찍어 보내는데 도대체 누가 찍어 주느냐는 거다. 혹시 다른 누구랑 함께 가는지 궁급해하는 눈치다, 산에서는 누구에게 부탁하던지 다 찍어 준다.잫 못 찍을까 염려하기는 해도 거절 받아 본 적은 없다. 

지인들에게 말하길 "스스로 산과 코스를 정해 다니니 시작점과 하산지점을 정확히 알아 다음에 새로운 길로 갈 수도 있고, 내가 정한 코스라 더 당당하게 올라간다. 그럴 때 기분이 좋다.” “혼자 하는 산행이니 경치와 풍경이 있으면 마음대로 쉬어 간다. 모두 나의 앞을 질러 가지만 개의치 않는다. 다음에 갈 산을 정하는 시간도 즐거움이 있다. "

이렇게 말했더니, 한 친구가 말한다. "친구야! 인생도 똑같다. 누구의 뒤 꽁무니만 따라다니거나 남들이 간 길의 뒤만 따라가면 늙어서 내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나이 들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왜 살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야 실패하든 성공하든 내 인생이 될 수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회사가 나의 이력을 쓴다면 어떨까? '어떤 대학생이 1988년 10월 6일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수습사원을 거쳐 지점에 배치 받았으며, 회사의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어 굿모닝증권, 굿모닝 신한증권, 신한금융투자로 간판을 바꿔 단 지금까지 꿋꿋이 버티고 있다. 그 사이 몇 곳의 지점에서 근무했고, 본사생활도 했다'로 압축하여 기록될 것 같다. 

사실 '버티었다'보다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가 더 맞는 표현이다. 압축이라 하였지만 더 풀어 보아도 스스로 개척한 일은 전무할 지경이다. 애초에 쌍용투자증권은 스스로 결정하였다고 할지 모르나, 당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증권업의 회사 중 가장 먼저 합격하였던 이유뿐이다. 

이마에 큰 주름이 여섯 개끔 자리하고 있다. 그리 넓은 이마는 아니지만 훤히 보이도록 하고 다닌다. 가끔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주름이 있었느냐고 묻고 싶은 눈지나. 승권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주가 폭락 때마다 주름이 하나씩 늘었다고 한다.

내가 새긴 주름이 아니다. 증권시장이 스스로 와서 새겨놓고 가버렸다. 30년은 궁극에 나는 나로 살았는지 의구심이 들만하다. 

2017년 1월 7일 장영혜중공업 전시회를 보러 아트선재센터로 갔다.전시회는 1월 6일부터 3월 12일이다. 그러니까 이날은 전시회가 시작되고 이튿날이었던 셈이다. 신문에 전시회의 제목이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다. 

무슨 굉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입구에 장영혜 중공업이 소개하는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이라 안내되어 있었다. 바닥과 벽면에 몇 개의 구절이 표현되어 있기는 했지만, 세 개의 비디오가 전부인 전시회다.

그  중 하나는 처음 화면이 "축하해요! 삼성병원에서 태어났군요 "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화면은 삼성의 학교, 삼성의 교복, 삼성아파트, 삼성 가전제품, 삼성 자동차, 삼성장례식장, 삼성 상복 등 삼성으로 점철된 인생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휴, 삼성없는 삶은 외롭습니다.”라고 한다. 삼성으로 점철된 인생이 비교우위의 삶임을 은근히 과시 했지만 전시회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러한 삶을 '죽음' 이라 직언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삶을 따라가며 또 선호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의 색채는 옅어진다. 대개의 사람들이 보이는 하루, 한달, 1년, 평생의 모습이 비슷하게 된다. 비슷한 바탕의 자서전에 개인의 내용이 조금씩 얹혀질 뿐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지금 잘 살고 있다고 할지 모르나 결코 '잘 살았다고 표현 할 없는 삶'이다. 

좀 더 나의 색깔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결심이 선다. 김종현 퇴근길 책한잔 대표는 책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에서 '우리가 주로 하는 여행의 방식은 여행이 아니라 미션을 수행하는 숙제 같다. 여기에 가면 이것을 먹어야 하고, 그것을 사야 하고, 저기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미션이 있고, 그것들을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야 하는 숙제 같은 여행 (104쪽)이라 하면서 최영미 시인의 에세이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의 제목과 같이 애초에 길을 찾아 두지 않는 여행을 추천하였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우리는 이미 나 있는 길을 끝없이 추종하며, 그 길만이 성공이라 여겨 최선을 다한다.

그러고 보면 용문산과 북 바위산 그리고 희양산의 암벽과 암반 사이의 소나무는 스스로 선택하여 장소를 정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야 한다. 그것도 매우 당당하게 살고 있다.

그럼 나는 어떤가? 이미 있는 길과 괜찮다고 하는 정해진 길을 따라 삭고 있으면서 내 인생을 운운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남들의 되마 따라가면 나를 표현할 길이 없어진다. 장영혜 중공업이 전하는 공통의 삶으로 수렴하는 삶을 거부하며 살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최영미 시인의 에세이 제목과 같이 때론 길을 잃어도 좋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수록 나만의 길이 많아야 한다. 독불장군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해 보자. '이것만이 내 인생'이라고 외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김현기
신한Neo50연구소 소장/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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