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횡행...근로기준법 혜택 절실한 진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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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횡행...근로기준법 혜택 절실한 진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1.1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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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자영업자 보호 핑계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몰아넣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의무 면제한 근기법 11조가 걸림돌
연차 휴가는 언감생심,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권리도 없어
근로기준법 준수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 50주기 무색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근로기준법이 정작 가장 보호가 필요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배제하고 있다.

[리크루트타임스 손영남 기자] 노동자에게 최소한 보장해야 할 노동조건을 규정해놓은 근로기준법이지만 그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많은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공정함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제정 의의가 무색한 불공정 사례들이 오늘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법의 보호가 시급한 취약계층일수록 근로기준법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뼈아프다. 그중 가장 아픈 손가락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이다.

영세사업장에 해당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아예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4인 이하 작업장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근기법의 일부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이 이러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당연히 불법이어야 할 부당해고나 임금 착취가 판을 친다. 그래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다.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구제 신청을 할 자격도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 불법이 판을 쳐도 속앓이가 전부인 근로자들
11월 13일은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50주기가 되는 날이다. 반세기라는 긴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전태일 열사의 유지를 계승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각계각층의 동조 속에 이제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위한 방패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고 있다'는 응답은 64.5%,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5.5%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 대부분은 점한 부류는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노조 밖 직장인이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현재 국내 전체 사업장의 60% 가량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족히 400만에 달하고 있지만 이들은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누리지 못한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근로기준법이 정작 가장 보호가 필요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배제하는 아이러니를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노동단체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발견된다. 

최근 민주노총이 국회동의청원을 통해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 민주노총의 개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주된 골자는 근로기준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 대신 비관적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 자체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눌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일부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장에 해고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 위법·편법 가능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횡행
법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을 확인한 사업주들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만들기를 시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고 하면 너무 과한 걸까. 

지난 8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사례가 만연해지고 있다”며 “취약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전면 실태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리찾기 유니온 권유하다가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 권리찾기 유니온

이런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는 하나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각종 규제를 피하려는 목적이 그것이다. 법의 허점을 비웃는 사례들이 늘어남에도 여전히 법 개정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암울함을 더한다.

국가인권위원회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꾸준히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해왔지만, 개정 전에도 개정 후에도 근로기준법은 이를 외면해왔다.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한 차별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법은 기업의 규모에 대한 차등 없이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근거로 들지만 그게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당장 해외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우리처럼 광범위하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한 나라는 없다. 독일과 일본, 프랑스 등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법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근로시간, 휴가, 해고 제한에 관한 각각의 개별 법률을 두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 역시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준법이 적용된다. 노동 환경의 상이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 근기법이 개선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스마트 법률 사무소 김찬영 변호사는 “외국 사례에 비춰보면 사업장의 규모가 영세하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적용상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현실을 감안하면 근로기준법은 오히려 영세사업장에 엄격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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