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주52시간제 강행..탄력근로제 확대 외치는 경영계 요구는 외면
상태바
[이슈] 주52시간제 강행..탄력근로제 확대 외치는 경영계 요구는 외면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0.11.17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52시간제,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
7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에 일괄 적용..중소기업 "생존도 어려워"
노동계 반발에 국회에서 멈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 지키면 '불황', 생존하려면 '범법자'되는 신세에 놓인 중소기업
한차례 연장됐던 주52제 도입 계도기간이 올해 말로 끝난다. 내년 1월부터는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도 주52제 도입이 의무화된다.
한차례 연장됐던 주52제 도입 계도기간이 올해 말로 끝난다. 내년 1월부터는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도 주52제 도입이 의무화된다.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일주일 소정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주52시간 제도 도입이 확대된다. 계도기간을 끝마치구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중소기업도 시행 대상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도입 검토조차 하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져 계도기간 연장을 두고 논란이 불붙고 있다.

주52시간 제도가 우리나라에 처음 안착한 것은 지난 2018년 7월이었다.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당시 주52시간제는 도입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3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은 유예기간을 부여받았다. 도입 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계도기간을 부여한 까닭이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이 법 시행 한달 반을 앞두고도 주52시간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9%가 '주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

심지어 현재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기업 218곳 중에서는 주52시간제 도입 준비를 마친 사업장이 불과 16.1%에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곳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주52간제 도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주52간제 도입이 어렵다고 답한 기업의 다수는 비용과 구인난에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곳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주52간제 도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주52간제 도입이 어렵다고 답한 기업의 다수는 비용과 구인난에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은 주52시간제를 도입하고 싶어도 구인난과 비용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은 주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 52.3%가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꼽았으며, 38.5%는 구인난으로 인해 도입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재는 주52시간제 준비는 커녕 생존조차 어려운 시국이라는 항명도 나온다. 계도기간 중 터진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것. 주52시간제 도입 시기를 보류하고 계도기간을 연장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까닭이다.

중소기업의 이러한 요구는 무작정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주52시간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탄력근로제의 확대 도입이나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입법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업종은 제조업이다. 중소 제조기업은 대다수가 협력업체에 하청을 받아 물건을 납품해야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때문에 납품기한이 임박해있거나, 물량이 집중된 시기에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연장근로와 초과근로가 불가피하다. 신규 직원을 채용하고자해도 대기업과 같이 고연봉을 보장하지 못하다보니 구인 자체도 쉽지 않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 64.3%는 계도기간을 연장해야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조선업계는 주52시간제를 대상으로 업계 실태조사에 나섰다. 대다수 조선업계 중소협력사들이 주52시간제 준수에 어려움을 호소한 탓이다. 조선해양산업 발전협의회는 지난 11월 12일 '제2차 조선해양 사내협력 상생협의회'를 개최하고 주52시간제가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을 밝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전문가를 구성해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현재 조선업계 78%가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52시간제 도입시 일부 직종에서는 연봉이 최대 40% 이상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는 주52시간제 도입을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가장 필요로하는 업종 중 하나다. 조선업 특성상 외부에서 이뤄지는 공정이 많아 날씨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고,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하는 경우가 다수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양충생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 회장은 "조선업은 업무 부하량 변동이 심하고, 상당한 숙련과 기술이 요구돼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주52시간제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2차 조선해양 사내협력 상생협의회 모습
제2차 조선해양 사내협력 상생협의회 모습

조선업 뿐 아니라 석유화학이나 정유업계 등 숙련인력의 집중 근로가 필요한 산업은 일관적인 근로시간제 도입이 아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80%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 도입되면 '현장의 애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일부 해소될 것 34.0% 포함)

이처럼 재계에서는 업종에 따른 탄력근로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노동계의 반발이 큰 탓이다. 지난해 노사정이 참여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의견차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현행법상 탄력근로제는 최대 3개월 내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해 사용할 수 있다. 재계는 산업의 성수기와 비수기를 고려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장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더이상의 계도기간 연장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2020년 1월 도입 예정이었던 시기를 1년 후로 연장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장은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오는 1월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에,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주 52시간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1월부터는 전국 2만 7000개 중소 사업장이, 7월부터는 추가적으로 39만 7000개 사업장이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한다.

노무법인 길의 노서림 대표 노무사는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에서 주52시간제를 위반하면 사업주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며 "임금체계 개편 등 주52시간제 도입 전 면밀히 검토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계도기간 또한 법 시행일이 연기하거나 처벌을 유예 또는 면제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의 고소, 고발이 있으면 고의성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단 점도 주의해야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