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갑질 감독하랬더니 갑질 당사자된 근로감독관.. 격무에 치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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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갑질 감독하랬더니 갑질 당사자된 근로감독관.. 격무에 치인 탓?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0.12.28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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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폭언에 기업 편들기도 빈번..근로감독관 둘러싼 논란 빈번
업무 폭증에 민원인 컴플레인 잦아 사표 내는 근로감독관 많아
근로감독관 서비스 질 향상은 결국 제도 정비 선행 없이는 불가
불법 노동행위를 단속해야 할 책임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향응을 수뢰하거나 갑질의 주체로 떠오른 사건이 빈번하다. 

[리크루트타임스 손영남 기자] 임금체불, 갑질 등 기업의 불법적 행태에 노출된 근로자를 보호하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기는커녕 외려 기업의 편을 드는가 하면 때론 갑질 감독의 임무를 방기하고 오히려 근로감독관이 갑질의 주체로 떠오른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자우편으로 접수한 ‘근로감독관 갑질’ 제보 159건 중 10건을 선정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근로감독관들은 화해를 종용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 했고, 막말로 진정인들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발표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의뢰한 노동자에게 자신의 업무 폭증을 이유로 조사 불가를 이야기한 경우도 있었고 증거를 직접 가져오라며 갑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은연중 가해자 편을 들기까지 한 경우도 공개됐다. 

이밖에도 사건 해결보다는 화해를 종용하거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 종결을 강요하는 사례까지 공개됐다. 근로감독관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이 이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업무 관련은 물론, 업무 외적으로도 적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고용부 징계 현황' 자료가 그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용노동부 징계 대상자의 약 50%가 '근로감독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현장의 문제를 살피고 개선해야 하는 근로감독관이 정작 각종 비위를 저지르고 있음이 자료로 드러난 셈이다. 

올해 8월 기준 고용부 소속 공무원은 총 7126명이며, 이 중 근로감독관은 1896명(26.6%)을 차지하고 있다. 근로감독관 인원 대비 징계 건수 비율을 단순 계산하면 2.1%로, 이는 근로감독관 외 나머지 고용부 소속 공무원의 징계 비율(0.8%)보다 2.57배 가량 높은 것이다.

근로감독관 징계 40건을 사유별로 보면 향응 수수, 업무 태만, 문서 위조 등 직무상 비위가 22건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향응 수수가 1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고 및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방치, 사업장 결과 누락 등 근로감독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건도 포함됐다.

음주운전, 폭언, 폭행 등 직무 외 비위는 18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음주운전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웅 의원은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으로 노동 현장을 감독해야 한 근로감독관의 천태만상 비위 행위는 고용부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며 고용부의 감사 시스템 내실화 등 적극적인 관리감독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 과중한 업무량으로 정상적인 업무 처리 불가능해
지켜본 것처럼 근로 감독관 관련 비리에 관한 뉴스는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마련. 노동자의 편에 서야할 근로감독관이 노동자를 외면하는 이런 현실 앞에 노동자들은 재차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무리 직장 내 갑질 근절을 외치며 법과 제도를 강화해본들 최일선에서 일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법한 일이다. 정부 역시 이를 모를리 없다. 

대다수의 근로감독관들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초과근무를 불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업무 완수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보도가 나온 그날,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등 처리 시 근로감독관의 공정한 업무처리를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향후 사건 특성별 조사기법, 민원인 응대 요령, 직장 내 괴롭힘 인지 감수성 등에 대한 교육을 보다 더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원론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근로감독관의 업무 태만이나 도덕적 해이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그때뿐, 매해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은 근본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태만이나 각종 비리 실태는 결국 개인적 일탈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 일정 부분은 그럴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너무 과도한 업무에 치인 데서 나오는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옳다.

근로감독관들은 임금체불 신고 사건 처리,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 법령의 준수 여부 감독은 물론이고 산업현장 중대사고의 예방과 대응 등 사업장 감독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드물다. 또한 업무 하나하나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들이기에 건당 처리 시간도 자연히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일은 늘어나는데 이를 처리할 근로감독관이 모자르는 게 현실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감독관들은 적정 업무량을 20∼30건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게 문제다. 

지난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근로감독관의 업무강도 현황' 조사를 보면 전국 근로감독관들의 1인당 월평균 사건 처리량이 45.37건에 달한다. 적정 업무량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현 정부 들어 각종 신고 의뢰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그 양이 늘어섰을 것이란 예상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처리할 근로감독관 수는 현저히 못 미치고 있다. 

2020년 9월 기준 근로감독관의 정원은 지속적인 정원에도 불구하고 2290명에 머물러있다. 이에 반해 근로감독관리대상 사업장은 190여만개에 달한다. 이를 근거로 따져보면 근로감독간 1명이 830개의 사업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제대로 한다면 휴일도 없이 하루에 2곳 이상씩 돌아야 가능한 수치다. 이게 비현실적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 근로감독관 처우 개선이 결국 노동자 권익 보호 이끌 열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근로감독관의 업무량은 실제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감독관은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사업장 외에도 또 다른 과제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매달 쏟아지는 신고 사건이 바로 그것. 이를 고려한다면 근로감독관의 근무량은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기존 업무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또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과부하를 부르기 마련이다.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증가 이유 중 하나가 수시로 맡겨지는 신고사건들 탓이 크다. 사진은 특별근로감독 촉구시위에 나선 알바 노동자들. 자료제공 알바노조

근로자들에게는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럴 수 없는 아이러니에 빠진 근로감독관들이 제대로 된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만성적인 과로를 견디다 못해 전직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자발적으로 퇴직한 6급 이하 직원이 122명에 달한다고 한다. 2015년 49명, 2016년 74명, 2017년 76명이었던 자발적 퇴직자가 2018년에는 전년보다 1.6배 가까이 는 셈이다. 

퇴직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상당수 근로감독관들은 민원인들의 강도 높은 컴플레인에 시달리기도 하며 때론 그보다 더 열악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게 반드시 근로감독관의 탓만은 아니라는 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일하는 근로감독관 A씨는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 때문에 종종 급박한 민원처리를 미뤄야 할 때 큰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로 근로감독관들은 가중된 업무에 치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는 신고사건 처리에 허덕이다 보니 각종 사고 예방 업무나 자체 위반사항 적발은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근로감독관의 수를 늘리는 것이지만 구조상 이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 부처 인력 충원문제는 행자부와 인사혁신처에서 관장하고 있는 부분으로 범정부적으로 전체 공무원 정원을 감안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인 탓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근로감독관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면 업무 조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봄이 옳다. 노동관계법 전반을 들여다봐야하는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축소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신고 사건이나 근로시간 준수 등 특정 분야로 각각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는 “국내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강도는 비현실적일 정도이며 이는 필연적으로직무만족도 저하와 전직 증가를 부를 수 밖에 없다”며 “인력 충원, 직무 재설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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