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월 80만원으로 버티는 노인층...빈곤 해결 위한 일자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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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월 80만원으로 버티는 노인층...빈곤 해결 위한 일자리 필요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11.2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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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인층 연금 수령 금액·비율, 일본의 반토막 수준
고령층 적정 생활비 수준 월 172만원, 연금으론 절반도 해결 못해
디지털 가속화 시대에 맞는 시니어 일자리 창출 있어야
민간의 시니어 고용 확대 위해서는 파견법 개정 등 노동유연화 우선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한국의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층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는 턱없이 부족한데 대부분의 노인 인구가 노후준비에 미흡할 것으로 예상돼 사회적 비용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한국의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층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는 턱없이 부족한데 대부분의 노인 인구가 노후준비에 미흡할 것으로 예상돼 사회적 비용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IMF때 직장을 나온 이후로 일용직을 전전하며 국민연금을 내본적이 없습니다. 사적연금 같은 건 우리 나이 때에는 알기 어려운 정보였죠. 젊었을 때는 필요한 줄 몰랐습니다. 지금 나라로부터 받는 연금은 만 65세가 지나 나오는 노인 연금 45만 원(부부 기준)이 전부입니다. 내가 벌지 않으면 당장 생계유지가 어려워 은퇴는 꿈 같은 소리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A씨는 만 65세를 나가면서 현장에서 근무하기 어려워졌다. 체력적으로 받쳐주지 않을 뿐더러 나이와 혈압 등 지병의 문제로 현장의 산업안전 조건을 충족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로부터 받는 연금으로는 집 월세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A씨는 일흔을 앞두고 있는 고령이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절실하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급격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노후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일자리 없는 노인들이 버틸 수 있는 노인연금 수령액은 일본의 반토막 수준에 그쳐 시니어 일자리 창출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1월 15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한·일 고령층 연금수령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개인가구 기준 한국의 연금 수령액은 월 82만 8000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모두 합산한 기준)

일본의 경우 164만 4000원을 받고 있는데 한국은 그 절반 수준인 50.4%에 그치고 있는 것.  부부 가구의 경우에도 한국의 월 평균 합산 수급액은 138만 4000원으로 일본 272만 6000원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개인가구 기준 연금 수령액을 일본과 비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나라의 현재 인구 구조가 일본과 매우 유사하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노인 인구 비중이 급격히 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는 점에서 그 상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 10년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증가 속도는 4.2%로 일본 2.1%보다 두배 수준 빠르다.

이렇듯 유사한 인구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사뭇 다르게 나타난 연금 수령액 결과는 한국의 열악한 노인 인구 실태와 노인 빈곤층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의 고령층이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 수준은 월 172만 5000원인데 비해 고령층의 연금 소득은 적정 생활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고령층의 연금 수령 현황과 일본의 현황을 비교한 결과 수령 금액과 비율 모두 한국이 일본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국 고령층의 연금 수령 현황과 일본의 현황을 비교한 결과 수령 금액과 비율 모두 한국이 일본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은 공적연금, 사적연금 모두에서 일본보다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공적연금 수령 비율은 무려 95.1%로 거의 10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사적 연금 수령 비율도 34.8%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의 65세 고령층 중 공적연금을 수령하는 비율은 83.9%, 사적연금 수령 비율은 21.8%에 불과했다.

연금 수령 금액도 일본의 절반 수준인데 그마저 수령 비율도 일본보다 턱없이 모자란 셈이다.

한경연 측은 한국의 공적연금 구조 개선과 사적연금에 대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연금 수급액이 적정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연금 생활비 대체율은 개인가구가 48.0%, 부부가구가 54.2%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비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일본의 경우 연금 생활비 대체율은 개인가구가 67.5%, 부부가구가 83.7%에 달한다.

고령층의 개인 적정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생활물가 등이 정책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 일자리 넘어 민간의 노인 일자리가 필요
일각에서는 연금 구조의 개선 뿐 아니라 노인 빈곤의 문제를 뿌리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한다.

한경연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의 고령층이 노후 생계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1순위로 꼽은 비율이 한국이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모두 노인 일자리 창출이 1순위 과제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 비율은 한국이 일본보다 앞도적으로 높았던 것.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노인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뽑은 비율이 48.1%에 달했다. 일본의 경우 32.0%로 한국보다 16.1% 수준 낮았다.

한국의 5060 세대, 65세 이상 인구의 노인일자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사회적 기여 형태의 공공 일자리로 이뤄지고 있다. 노인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에 앞서 더 큰 문제는 그나마의 공공 일자리도 멀지 않은 미래 대다수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노무 업무를 자동화하지 않고 노인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니어 일자리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대부분의 단순 노동이 기술로 대체되면서 시니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더욱 부족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형태의 시니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국내 최초로 시니어 산업의 학문적인 전문성을 다룬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시니어산업학과의 박흥진 주임 교수는 "시니어 인구는 늘어나는데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이나 산업의 구조적인 재편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젊은 청년 층 뿐 아니라 시니어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융·복합 인재로 육성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울산시와 함께 진행한 시니어 문화재 알리미 시범사업의 참여 모습.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울산시와 함께 진행한 시니어 문화재 알리미 시범사업의 참여 모습.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자체와 몇몇 단체들은 이에 발 빠른 대응으로 신규 일자리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 적합 일자리 아이디어 공모 사업이다. 서울시는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 받아 이중 사업성이 있어 보이는 내용을 선별, 사업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총 15개 일자리 사업을 선정해 지원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새로운 아이디어 공모를 받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도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지자체와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 3월부터 울산시 및 시청자미디어센터 등과 함께 '시니어 문화재 알리미 시범사업'을 운영해 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한 비대면 문화재 안내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24명의 시니어들이 참여했는데 기존 사회 조경 도우미 등 단순 일자리에서 벗어나 영상 촬영과 편집, 홍보물 제작 등 전문화된 작업을 시니어들을 통해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했다.

개발원은 번 시범 사업을 2022년부터 전국 확대를 추진해 15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노인 일자리가 속속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파견법 개정과 기간제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외 민간에서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윤을 저해하지 않는 환경에서 시니어들을 채용할 수 있는 배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니어의 특성을 고려해 단기간·단시간 근로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의 유연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와 비교했을 때 체력적으로 장시간, 장기간 근무가 불가능하지만 이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전문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단순 노무나 사회적 기여 활동 등 외에도 이들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고령자 대상 양질의 민간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파견·기간제 규제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직무‧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 정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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