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글쿠나 선생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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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산 원장의 아름다운 뒤태] 글쿠나 선생의 변신
  • 편집국
  • 승인 2021.11.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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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에서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돌려 자신은 물론이고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별난 분을 만났다.

그는 수년 전 청주에 강의하러 가서 만난 '글쿠나 선생이다. 
내 강의에 앞서 사회자가 시 낭송을 먼저 한다고 소개한 뒤 그분의 시 낭송이 시작되었다. 올해 진갑의 나이가 지났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과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명함에 적혀있는 그의 닉네임이 '글쿠나 선생이었다. "글쿠나"라는 말은 "그렇구나"의 줄임말인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긍정의 의미로 충청도 지방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강의를 마치고 잠깐 인사만 한 짧은 만남이었기에 서울에 올 일이 있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내 명함을 건넸다.

두 달쯤 지났을까. 그가 서울에 올라왔다며 전화가 왔다. 내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두 사람이 거나하게 취했다. 두 번째의 만남인데 어느덧 형님 아우가 되었고 마음속 이야기까지 털어놓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는 가능한 숨기는 게 일반적인데 그는 누에가 허물 벗듯이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살아가겠다는 의미로 그런 닉네임을 쓰고 있습니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한때 지독하게 꼬였던 자신의 드라마 같은 인생사를 들려주었다. 그는 고시에 합격하여 고용노동부에서 고위직까지 올라가면서 30년간 국가공무원으로 일을 했다. 

그런데 청주에서 큰 음식점을 경영하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으로서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었다. 내심으로는 고령화 시대가 오고 있으니 미리 퇴직해 인생 2모작에 도전하는 게 어떨까 싶어 정년 10년을 남겨놓고 소위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공직에 사표를 과감하게 집어던졌다.

요즘 몰려드는 공시족에서 보듯이 공무원은 가장 안정적인 직업인데,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을 박차고 나온 그의 무모함은 주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아무 경험도 없이 의욕만 앞선 그의 제2모작 인생은 시작부터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하는 일마다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여갔다. 가족 간의 갈등, 특히 한식당이지만 밤늦게까지 술도 팔아야 하는 이유로 부인과 불화가 생겨 심한 조울증까지 왔다. 결국 본의 아니게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쓰라림도 겪었다. 이모작은 고사하고 채 몇 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큰 상처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고 나니 병이 나은 게 아니라 도리어 가족은 물론 세상에 대한 극한 분노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집안도 파탄 났다. 술과 담배로 나날을 보내며 제대로 식사조차 못 해 점차 폐인이 되어갔고 삶을 포기하려고까지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시 낭송을 접하게 되었고 김설하 시인의 시 〈날마다 이런 날이게 하소서〉를 혼자 수 천 번 읊조리면서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치유가 되면서 어느 순간 하늘에서 섬광이 내려온 듯 "그렇구나, 글쿠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먼저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니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 큰 선물로 다가왔다. 그 결과 진갑도 지나 은퇴할 나이지만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2모작을 기억에서 지운 뒤 이제부터가 내 인생의 르네상스라고 생각하고 전혀 다른 긍정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이를 실행하고자 청주에서 후배들과 공인노무사 활동을 재개했고, 2014년 봄에는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제부터는 남을 돕는다는 봉사의 취지로 새로운 일 두 가지를 추가하여 인생 3모작을 시작했다. 

그 첫째가 100세 시대를 맞아 4050 중년 세대들이 인생 후반을 성공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강연과 저술을 통해 코칭하는 일이고, 두 번째는 우리들 마음을 토닥여주는 종류의 시 낭송을 통해 고단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었다. 그의 시낭송은 청주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구로 뛰는 일도 생겼다.

지난달에 쓴 자작시로 아직은 습작 수준이라며 부끄러운 얼굴을 하면서 시가 적힌 종이 한 장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그 시가 던지는 울림이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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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미움과 갈등으로 가득한 삶의 연속에
오늘도 이해하고 공감하고 긍정하려 애를 씁니다.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글쿠나 글쿠나! 하면서
주문 외듯 글쿠나 하는 독백에
내 마음이 어느새 평화로워집니다.

마음에 평화를 얻으니
모두가 사랑이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하루하루가 금싸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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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이 점점 팍팍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이해관계는 실타래처럼 엉클어지고 갈등이 증폭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고단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코로나는 육체만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마음도 공격한다. 

팬데믹 이후 코로나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가족 간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갈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남들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거울은 내가 먼저 웃어야 웃어준다고 했던가.

이럴 때일수록 "아하, 그렇지!"라는 말 한마디의 효과는 만병통치약이요, 자신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래서 어둠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신나게 살아가며 날라다주는 긍정바이러스의 힘은 그날따라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 후 2년쯤 지났을까, 청주에 강의하러 간 김에 연락했더니 만사 제치고 그가 호텔로 달려왔다. 저녁 식사도 할 겸 꼼장어집에 들러 소주를 두 병 시켰다. 그런데 평소 술을 마다하지 않던 그는 술잔을 역도하듯이 들었다 놨다만 하고 비우질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내가 오늘따라 술 매너가 안 좋아 섭섭했다는 말투로 말을 건넸더니 돌아온 말이

"형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지난달 새장가를 갔거든요! 한 달간 금주하기로 약속을 해서요." 집으로 황급히 향하는 그의 총총 발걸음은 평소보다 재빨라 보였다.

가재산
ㆍ한류경영연구원 원장
ㆍ피플스그룹 대표
ㆍ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ㆍ청소년 빛과 나눔장학협회 회장
ㆍ책과 글쓰기대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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