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창 경력 쌓을 시기 직장 떠나는 여성들...경단녀 145만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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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창 경력 쌓을 시기 직장 떠나는 여성들...경단녀 145만명 육박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1.11.2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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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쌓기 포기하고 육아로 경력단절, 돌아오기까진 10년
30대 비취업 인구 중 경력단절여성 비중 62.5%
자녀 많을 수록 여성 취업률 낮아지는 사회, 저출산 원인으로 지목
경력단절 여성 채용하려는 기업 비중 2018년 대비 18% 가량 떨어져
육아돌봄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돌봄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 지난해 말 결혼한 30대 초반 부부는 신혼 1년이 지났지만 뚜렷하게 출산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자녀를 낳은 후 육아에 대한 걱정 탓이다. 요즘은 양가 부모님 중 한 분의 도움을 받아 자녀의 육아를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나, 양가 모두 도움을 얻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부 중 한명이 퇴사한다면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이 부부는 부모님 중 한 분이 은퇴할 때까지 육아 계획은 세우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20대 후반 나이에 한 번의 유산을 겪었던 A씨는 슬픔을 이겨내고 두 번째 임신에 성공했다. 이전 경험 때문에 더욱 조심할 터였으나, 그는 출산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회사를 떠날 수 없었다.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직장 관행 때문이었다. 출산 후 육아휴직 대신 쓴 것은 사직서였다. A씨는 출산 후 갓난 자녀를 친정 어머니에게 맡기고 일주일만에 다른 회사로 재취업했다.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 재취업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육아와 일, 가정과 직장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올해 상반기 경력 단절 여성이 무려 145만 명에 육박한다는 조사 자료가 나왔다. 

통계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결혼한 여성 6명 중 1명은 경력단절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취업 여성의 대다수가 기혼 여성으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 10명 중 4명이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 둔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이 11월 23일 발표한 '상반기 지역벌 고용조사 기혼 여성의 고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14세~54세 기혼 여성 832만 3000명 중 비취업 여성은 32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 숫자만 바라보면 기혼 여성이 직장을 떠나는 비율 자체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직장(일)을 다니다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144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만 6000명) 대비 5만 7000명(-3.8%) 감소했으며 15∼54세 기혼여성 대비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1년 전(17.6%)보다 0.2%포인트 하락한 17.4%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력단절여성 감소 요인이 사회적 여건 개선 보다는 자연적인 인구 감소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직장을 떠난 비취업 여성 외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세~54세 기혼여성 취업자 수도 전년대비 6만 6000명 줄어들었는데, 이를 고려했을 때 해당 연령층의 인구가 줄어든 기저효과로 경력단절여성의 숫자와 비율도 낮아졌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해당 연령의 기혼 여성은 832만 3000명으로 전년대비 25만 5000명 줄었다.

경력단절의 주된 사유는 육아(62만 6000명·43.2%), 결혼(39만 6000명·27.4%), 임신·출산(32만명·22.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보다 구체적으로 연령계층별 경력단절 사유를 살폈을때 10대와 40대까지는 모두 육아를 첫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육아 부담이 가장 큰 시기인 30대와 40대는 각각 47.6%, 42.7%가 육아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 비중(자료=통계청)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 비중(자료=통계청)

■육아 늪에 빠진 30대, 경력의 사다리 끊겨
통상적으로 사회에서 30대는 자신의 커리어를 단단히 굳히는 시기다. 20대가 사회 초년생으로 배워가는 단계라면 어느정도 경력을 쌓은 30대는 경력직으로써 제 역할을 하게 된다. 3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직장 내에서 지위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성 취업자의 경우 가장 중요한 시기인 30대에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전체 기혼 여성 및 비취업 여성 대비 경력단절여성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연령층은 30대가 45.2%로 가장 많았고 30대 기혼 여성 가운데 28.5%는 경력단절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비취업 여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경력단절여성의 비중은 62.5%까지 치솟는다.

경력 관리에 핵심적인 시기에 사회 활동이 끊기게 되는 것. 결국 차후 직장에 복귀했을 때 20대 신입과 다름없는 경력으로 치부돼 경력단절여성들을 저임금, 단순노무직 등으로 내모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의 경력단절 기간을 살펴보면 10년 이상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이들이 58만 1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과거에 쌓아온 커리어는 '백지화'되어 경력단절 이전의 직장·직종으로 복귀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여성 3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여성 중 ‘정규직’으로 재취업이 되었다고 답한 이는 40.3%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은 27.9%였으며 그 외 ‘아르바이트’(16.2%), ‘시간선택제’(10.4%), ‘프리랜서’(5.2%)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조사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중 단순노무종사자는 전년대비 1만 7000명 증가한 반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2만 7000명 수준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하려는 기업 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올해 6월 1,059개사를 대상으로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 채용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최근 경단녀를 채용한 기업은 30.3%에 불과했다. 2018년 같은 조사 결과인 48.3%보다 무려 18%p나 감소한 수치다.

심지어 전체 경단녀 채용 중 절반 가량은(46.2%) 이전 직장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타 채용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 돼 경력단절여성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인에서 조사한 경력단절여성 채용 기업에 대한 조사 (사진=사람인)
사람인에서 조사한 경력단절여성 채용 기업에 대한 조사 (사진=사람인)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저출산 원인으로 꼽혀 
육아와 가사활동으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의 증가는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가능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데 사회의 한 축인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면 그만큼 국가의 생산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취약계층,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경력단절이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 함양을 위해 출산을 꺼리게 된다는 1차원적인 문제를 떠나, 신혼부부 역시 경제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출산을 꺼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출산을 하는 경우에도 자녀 계획이 1명에 그치는 것 또한 저출산 문제 중 하나다. 정부가 적극적인 다자녀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자녀 수가 많을수록 여성들의 사회활동 참여는 어려워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녀수별 취업자 및 고용률을 살핀 결과 자녀가 1명일 때 취업자 수는 125만 8000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자녀가 2명으로 늘어나면 114만 9000명까지 떨어지고, 3명 이상인 경우에는 무려 19만 9000명까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률 또한 자녀가 1명일 때는 58.1% 수준이지만 2명일 때는 54.8%, 3명 이상인 경우 52.5%로 자녀가 적을 수록 높았다.

정부는 최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을 통한 육아휴직 확대 등 돌봄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경단녀를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은 자유롭지 않고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워킹맘, 워킹파파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하다. 각종 정책을 내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저임금, 비정규직 등으로 내몰리는 악순환 고리를 끊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고용 제고와 가정-직장의 양립이 가능한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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