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숙련 일자리의 위기, 고숙련 일자리로 갈 사다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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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숙련 일자리의 위기, 고숙련 일자리로 갈 사다리 필요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1.03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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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고숙련·저숙련 일자리 늘었다
일자리 잃은 중숙련 근로자, 저숙련 일자리로 빠질 가능성 높아
고숙련-저숙련 이분화된 양극화 우려...대체 일자리 늘려야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필자가 기자로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이슈는 일자리 소멸의 문제다. 여러 산업군을 돌아다니며 관계자를 만나고 구직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를 고민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이런 기조는 이미 5~6년 전부터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급부상하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었는데, 지난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그 목소리가 더 커졌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과 디지털 전환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단순노무직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일자리가 디지털 전환 속도만큼 빠른 속도로 도태될 것이란 우려는 어찌보면 현 시대를 바라보는 지극히 평범한 시선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둔 핵심 논재 중 하나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전환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것에 있었다. 기술의 진보로 대체되는 대부분의 일자리게 단순노무직을 중심으로 저임금, 저숙련자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기존의 예측과는 조금 맥락이 다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이후로 기술로 대체 불가능한 고숙련 일자리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저숙련 일자리도 대폭 늘어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를 낳는 기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와 종사자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중숙련 일자리 비중은 줄어들고 저숙련·고숙련 일자리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중·저숙련 일자리 비중은 2019년 4분기 각각 22%, 48.2%, 29.8%를 기록했는데, 올해 3분기에는 21.9%, 47.2%, 30.9%로  확인됐다.

이유는 바로 코로나19가 늘린 '배달라이더'와 '택배원'에 있었다. 최근 도심 지역에서는 길거리 저녁시간이 되면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보는 것이 흔한 일로 여겨질 만큼 배달원의 수는 빠르게 늘었다. 택배도 물량이 늘면서 종사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적 능력이 요구되는 저숙련 일자리가 경기 침체기에 증가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해당 조사결과는 결국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나 디지털 전환 및 기술의 확산이 중숙련 일자리에 가장 취약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중숙련 일자리란 사무, 판매, 기능원, 조립원 등 높은 기술이 요구되지 않고 반복 업무가 많은 업무를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숙련 일자리에 속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문제는 기술로 대체되는 중숙련 일자리의 종속 근로자를 고숙련일자리와 저숙련일자리로 균형있게 보낼 방안 모색과 새로운 중숙련 일자리의 발굴에 있다. 

중숙련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면 근로자는 고숙련일자리 또는 저숙련일자리로 전직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 고숙련일자리는 비교적 높은 지식과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적절한 직업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 저숙련일자리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인 경우가 많은 저숙련 일자리 근로자가 늘 경우 사회 양극화가 심화될 소지가 있다. 저임금이 아닌 저숙련일자리라 하더라도 해당 직업군의 경쟁이 과열되면 노동시장의 하단부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는다. 

성별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도 되짚어봐야할 일이다. 저숙련 일자리는 대부분 육체노동의 비중이 높다. 여성의 일자리 진출에 한계가 되는 이유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중숙련 일자리에 속하는 종사자들에게 적절한 직업훈련을 제공하여 이들이 고숙련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일에 있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중숙련 일자리 발굴도 이뤄져야한다. 고숙련일자리의 분모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업훈련만으로는 중숙련일자리 계층의 대량실업과 임금저하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숙련 일자리에 부는 칼바람은 단순히 코로나19가 불러온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터질 것이 터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추풍낙엽처럼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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