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자본 창업 '공유주방', 초보창업자에게 독이 든 성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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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소자본 창업 '공유주방', 초보창업자에게 독이 든 성배될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1.06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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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방 제도 본격 시행으로 업계 활성화 눈길
배달 중심 소자본 요식업 창업 노리는 청년 관심 모여
쉬운 창업, 쉬운 폐업으로 이어져 빚만 남길까 우려
OECD 평균보다 크게 밑도는 국내 요식업 창업 생존율에 유의
3분의 1이 폐업으로 이어진 '청년몰' 사례가 반면교사
지난 12월 30일부터 공유주방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정식 업종으로 인정받게 됐다.
지난 12월 30일부터 공유주방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정식 업종으로 인정받게 됐다.

[리크루트타임스 이윤희 기자] 내 사업을 하려면 임차·매매 등 어떤 형태든 사업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특히 요식업의 경우 식품위생법 상 영업소 즉 사업장을 하나의 영업자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한 자리에 터를 잡고 수십년을 이어온 노포(老鋪)는 자영업 성공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리도구 등 주방을 쉐어하는 형태의 공유주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식업 창업의 형태가 전혀 달라진 셈이다. 올해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위생법'에 공유주방의 정의와 공유주방 운영업 시설 등에 대한 내용을 담으며 '공유주방'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그 서막을 올렸다.

공유주방이란 음식점 등 영업자가 식품의 제조·가공 등에 필요한 시설과 기계 등을 여러 영업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영업 형태다. 과도기를 거쳐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정식 업종으로 인정 받음에 따라 소자본 창업이 대폭 늘 것이란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하지만 공유주방의 활성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바로 우리나라의 낮은 요식업 창업 생존률 때문이다. 낮아진 창업 문턱에 공유주방이 청년들의 창업 요람이 아니라 폐업의 무덤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새롭게 시행되는 공유주방 제도, 소자본 창업 확대가 기대되는 이유
지난해 12월 30일부터 공유주방 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공유주방이 정식 업종으로 인정받게 됐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도 성행했던 공유주방의 대폭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규 식품 영업자의 시설투자 부담 완화와 창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19년 6월부터 공유주방 시범사업을 운영해왔다. 시범 사업 과정에서 공유주방 시범 운영업체로 선정된 곳은 26개이며 이용업체를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장은 총 270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30일부로 식품위생법이 개정됨에 따라 공유주방이 정식 업종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그 범위와 사업 영위자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대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요식업 창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데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년 KB 자영업 보고서-수도권 소상공인의 코로나19 영향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소상공인의 84%는 남의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소유 매장은 16%에 불과했다. 특히 미용실, 사우나 같은 서비스업과 음식점, 주점 등의 요식업의 임대 비중이 각각 88%, 87%로 가장 높았다. 요식업 자영업자의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공유주방은 요식업 창업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부분이 임차비용에 따른 권리금과 임대료, 인테리어와 조리 집기 구비 비용 등인데 공유주방을 활용함으로써 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주방을 공유하는 사업주끼리 식자재를 공동 구매하는 방식으로 원재료비에 관한 비용 절약도 가능하다. 

공유주방 제도에 따르면 교차오염 방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위생관리 책임자 관리 및 책임보험에 가입하면 하나의 영업소에서 여러 영업자가 조리시설등을 공유해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하나의 주방을 주간과 야간으로 구분해 2개 업체가 번갈아 사용하는 '시간구분형' 방식에서 동 시간대에 여러업체가 사용할 수 있는 '동시 사용형' 방식으로 까지 확대돼 영업 제약도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 가능 업종은 ▲식품제조·가공업 ▲식품첨가물제조업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식품소분업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제과점영업 등이다. 

공유주방 운영법 도입에 관한 주요 내용

■준비없는 창업→예견된 폐업 
# 중견기업에 회사원으로 재직 중인 A씨는 지난해 5월 회사 동료와 함께 부업으로 요식업 창업을 선택했다. 공유주방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투잡을 시작하고 부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시작한 창업이었다. "잘되면 회사를 그만두고, 안되더라도 본전이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창업 아이템은 수입 아이스크림과 해산물을 판매하는 배달 전문 업체였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시작한 사업은 큰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근근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류 대란 등으로 재료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높아진 원재료 단가와 간헐적인 공급 문제를 해결할 노하우가 없었던 A씨는 결국 창업 6개월 만에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공유주방 내 들여놓았던 전자레인지 등 각종 비품은 중고 거래 사이트로 향했다.


공유주방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은 소액으로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유주방의 이와같은 장점이 창업가에게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같은 지적은 지나치게 낮아진 창업 진입장벽으로 준비 없는 창업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서 기인한다. 더불어 창업에 대한 충분한 공부와 준비 없는 창업은 곧 시장의 과열 경쟁과 품질 저하로 인한 고객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과 배달업 성행 후 '배달 전문'을 표방하는 요식업자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없다 보니 냉동식품을 활용해 1개 사업장에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판매하는 업자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운영 사업주와 사업장은 동일한데 배달 어플리케이션에 상호명만 달리 올려두고 여러 종류의 음식을 판매해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런 사업장을 걸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상호명과 가게 정보의 법인 명을 비교하는 'TIP'이 전수되고 있기도 하다.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한 요식업 창업이 횡행하면서 업계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하고 있는 셈이다. 

요식업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란 인식에 반해 우리나라의 요식업 창업 생존률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반면 안전한 폐업이나 재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섣부른 도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했던 '역동적 창업생태계 조성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률은 29.2%에 그친다. 3분의 2 이상이 5년 이내에 문을 닫는 셈이다.

대한상의는 창업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창업’인 문화·스포츠·여가업과 숙박·요식업 등의 생존율이 OECD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창업 생태계가 양적으로는 증가하고 있으나 질적으로는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창업자 수는 증가하는데 비해 전체 창업자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지원이 늘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요식업은 늘 '만만한' 창업 대상이었다. 공유주방으로 창업 문턱이 한단계 더 낮아지면서 쉬운 창업이 쉬운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시장 전망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 프랜차이즈 수는 늘었으나 매출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창업 지원이 늘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요식업은 늘 '만만한' 창업 대상이었다. 공유주방으로 창업 문턱이 한단계 더 낮아지면서 쉬운 창업이 쉬운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시장 전망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 프랜차이즈 수는 늘었으나 매출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프랜차이즈(가맹점)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프랜차이즈 점포 수는 23만 5709개로 전년대비 2만 521개가 늘어났으나 매출은 74조 6200억원에서 74조 3652억원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과 평균 점포 수를 단순 계산해보면 1개점포당 매출은 3억 4676만원에서 3억 1549만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취업과 재직이 어려워지면서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자 요식업 시장의 경쟁은 계속 과열되고 있는 상태다. 점점 치열해지는 요식업 경쟁 시장에 공유주방이라는 기름이 부어지며 1개 사업장 당 평균 수익은 더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이용기 회장은 "꼼꼼한 준비없는 창업은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개인도 자본과 재산, 투자금을 잃을 수 있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공유주방이 창업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입주 사업장에 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창업은 폐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창업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0'인 창업은 있을 수 없다. 폐업이 개인과 사회에 남길 내상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섣부른 창업은 폐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창업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0'인 창업은 있을 수 없다. 폐업이 개인과 사회에 남길 내상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청년몰의 실패는 공유주방 제도가 참고해야할 반면교사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이다. 그러나 초기 호황세가 지나자 차별성을 갖추지 못한 요식업 창업이 곧 독이 돼 경영난을 겪는 이들이 속출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39곳 672개 청년몰 점포 가운데 175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졸속적으로 규모만 키웠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취지는 좋았으나 쉽게 창업에 뛰어든 이들의 경험 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사후 관리 또한 미흡했던 점이 다수의 실패로 이어진 셈이다. 공유주방의 미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단법인 시니어벤처협회 신향숙 회장은 "정부가 창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후속 지원과 창업자의 세밀한 준비가 없다면 낮아진 문턱은 오히려 창업자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며 " 창업 시장이 질적 성장을 이룩할 수 있도록 창업의 문만 넓히는 것이 아니라 길을 넓힐 수 있는 지원 방안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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