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장애인단체가 '이동권 보장'과 '참정권 보장' 외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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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장애인단체가 '이동권 보장'과 '참정권 보장' 외치는 이유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03.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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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깜깜이 선거’ 치른 시각 장애인들.. 발달 장애인 그림 투표용지 제공 요구
장애인 이동권 보장 예산 요구하며 21일 동안 시위
사진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리크루트타임스 김윤철 기자] 20대 대통령선거 레이스에서 주요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였으나, 비장애인인 일반 대중에게 큰 주목하지 않는 것이 장애인들의 권리와 복지 문제였다. 특히 대선 이전부터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이동권리와 주권자로서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선거 참정권 문제는 상당히 오랜기간 논쟁사항이었다.

이 문제를 포함해 장애인 정책 부문에서 가장 앞서있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였다. 반면 거대 양당 후보들도 장애인 관련 정책은 상당수 있었으나 실제 실현 가능성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공약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소 후보들의 경우 아예 공약에 장애인관련 정책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장애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2대 원칙과 7개 공약을 발표했다. 2대 원칙으로 탈시설과 자립에 힘을 실고 모든 장애인 지표가 OECD 평균 이상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7대 공약은 ▲장애인등록제 폐지(등록 장애인만이 아닌 지원이 필요한 누구라도 복지정책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을 장애인서비스법으로 개정 ▲10년 내 완전 탈시설 이행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무장애 환경 구축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등 세부 공약을 제시했다.

먼저 주목받은 것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부분이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예산 등을 요구하며 비장애인들의 차가운 시선과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21일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지난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인수위를 통해 보여달라"고 주장하며, "인수위가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3월 24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타기 캠페인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문제는 곧 다시 부상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참정권에 대한 부분은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선거 공보물과 선거방송 부분이 주목을 다시금 받았다.

대통령 선거 공보물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지난 3일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공보 현황’에 따르면, 총 14명의 대선 후보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든 형태의 선거공보(점자형 선거공보, QR코드, USB)를 제출한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기본소득당 오준호 그리고 통일한국당 이경희 후보 단 세명뿐이었다. 

반면 새누리당 옥은호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의무사항인 선거공보 또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를 제출하지 않아 제261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됐다. 노동당 이백윤, 우리공화당 조원진 후보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와 디지털 파일 저장매체 모두 제출하지 않았으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디지털 파일 저장매체에 문자파일과 함께 음성파일을 추가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상 장애의 특성에 맞는 선거공보물 제공이 의무 규정이 아닌 탓에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된 선거공보의 형태가 후보마다 제각기 달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65조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의 후보는 점자형 선거공보 대신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로 대체할 수 있으며, 디지털 파일 저장매체 또한 선택 사항으로 남아있어 접근성이 완전히 보장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제65조(선거공보)제4항 대통령선거·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의 후보자는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제출하여야 하되, 책자형 선거공보에 그 내용이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를 표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해하기 쉬운 공보물이나 사진·그림이 들어간 투표용지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만 별도의 장애인용 선거공보물을 배포하도록 하고 있고 투표용지에도 소속 정당명과 기호, 후보자 이름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실제 시각장애인이기도 한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선거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선거 정보 접근에 있어 장애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편의가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차기 정부와 정치권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더불어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개표 방송에서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방송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온 부분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인권위는 "비장애인도 제한된 시간 내 자막만으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듯 청각장애인도 자막만으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수어 통역 화면으로 화면 일부가 가려져 겪는 불편함은 개표방송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과 박탈감에 견줄 일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선거방송에서는 선거결과에 따른 변화를 전망하거나 평가하는 종합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수어 통역 서비스가 없으면 청각장애인 삶에 영향을 미칠 이런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장애인 인권단체가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가 2018년 5월 '선거방송 화면송출 시 2인 이상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라'고 권고였다.

하지만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선거방송토론은 물론 20대 대선인 지금까지도 달라진 점은 크게 없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례의 TV토론회에는 단 한 명의 수어통역사만 등장했기 때문이다.

‘복지TV’가 지난달 25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에서 발화자(후보자)별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생방송을 진행했다. (복지TV 화면 갈무리)

작지만 일부 주목할 만한 변화도 있었다. 케이블방송 ‘복지TV’는 지난달 25일 대선 후보 TV토론 중계에서  발화자별(후보자마다) 수어통역사 한 명씩을 배치해 생방송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국회의원 등의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 시도한 형식을 이어받은 것이다.

본지에서 복지TV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한 생방송 이후 장애인 커뮤니티와 SNS을 살펴본 결과 장애인(농인)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투표 당일 여전히 장애인 유권자의 접근성이 나아지지 않은 투표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나, 지난 1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20만 발달장애인도 대통령을 뽑고 싶다! 투표보조를 지원하라!'는 제목의 청원 등에서 볼 수 있듯 해결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 있다. 

이중 '투표 보조 지원'에 대한 부분을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2016년 만들어진 선관위 지침에는 장애로 기표가 어려울 경우, 가족이나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선관위가 2020년 총선 직전 발달장애인을 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투표소에서 혼란이 벌어진다.

이에 발달장애인단체들은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고 지난해 3월 인권위는 ‘지침 삭제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편의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선거사무원도 교육하라고 권고한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발달장애인단체들이 먼저 대선 때만이라도 투표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법원에 긴급 구제를 요청하게 되고, 지난 2월 24일 법원은 선관위가 제출한 ‘장애유형과 무관하게 투표 보조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수정 지침대로 투표 보조 지원을 하라며 조정 결정을 내린다. 그 결과 이번 대선 투표에서 20만 발달장애인들도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장애와 신체장애를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장애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어, 발달장애는 빠져있는 실정이다. 이 사태를 만든 원인 ‘기표소에 함께 들어간 투표 보조인이 발달장애인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사항이다.

또한 장애인 친화적이지 못한 투표용지도 다시금 논란거리가 됐다. 장애인단체들은 입후보자 당명과 이름만 적혀 있는 현재 투표용지를 발달장애인이 알아보기 쉽게 후보사진이나 당 로고, 색이 들어가기만 해도 투표하기가 훨씬 수월해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그림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50여 개국에 달한다. 홍콩과 대만은 후보자 사진을 넣고 있고, 영국과 스코틀랜드 등에서는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가 들어가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연세가 높으신 노령층의 투표를 고려한다면 그림 투표용지 도입을 이제는 신중히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시기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장정빈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현 시기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컨센선스를 모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변화를 만들어낼 적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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