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간호사들은 왜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주세요”라고 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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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간호사들은 왜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주세요”라고 외칠까?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05.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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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업계 “간호업무 명확화, 양질의 간호인력 수급·교육 위해 간호법 제정 필요”
반대 의료업계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위한 법 제정을 반드시 저지할 것"

[리크루트타임스 김윤철 기자] 국회 등에서 간호법 제정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30일 간호사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와 국민이 참여하는 ‘간호법 제정 릴레이 챌린지’를 시작하는 선포 집회를 마주하면서였다.

집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간호사는 있지만 간호법은 없는 나라’는 간호업계의 주장은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8개국 중 33개국은 간호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간호법이 없다.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수요집회' 모습(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br>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수요집회' 모습(사진 제공=대한간호협회)

간호사 근무환경도 너무 열악하다. 지난해 9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간호사 근무환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청원인은 청원 글에서 간호사 1인이 감당해야 할 환자 수를 줄이지 않으면 간호인력 부족 문제의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할 것이라면서 간호사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환자들의 치유를 위해 전념할 수 있도록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한국의 의료법상 간호사 1인당 환자 12명을 돌보도록 돼 있지만 강제조항이나 처벌조항이 없어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는 코로나를 계기로 더욱 극심해졌다. 그래서 대학병원은 간호사 1인당 12~20명, 요양병원은 40명까지도 담당하며, 열악한 근무 조건에 폭증하는 업무량으로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생겨나면서, 결국 면허소지 간호사 중 절반만 일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간호업계는 말한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법 제정이 2005년과 2019년 두 차례 국회 입법으로 추진되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법제화되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기 때문에,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5월 9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을 의결한다.

법안소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법 2건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조산법 1건 등 총 3건이 통과됐다. 이날 소위는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됐으며 국민의힘에서는 간호법을 발의한 최연숙 의원만 참석했다. 다만 제1법안소위 이후 열릴 예정이었던 복지위 전체 회의는 취소됐다.

이날 의결된 법안은 4월 27일 법안소위에서 세부조항이 대부분 논의된 상태로, 당시 여야 의원들은 ▲간호법 우선적용 규정 삭제 ▲간호사 업무범위 의료법 내 한정 ▲처방 문구 삭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내용 등 핵심 내용 삭제에 합의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간호 수요와 코로나19 펜데믹 등 주기적 공중보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간호인력의 확보와 적정 배치, 지속 근무 등을 위한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하여 2021년 3월 25일 여야 3당이 간호법을 발의한지 1년 여 시간이 지나 간호법 제정안이 소위에서 의결된 것이다.

민주당은 조만간 복지위 전체 회의를 열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으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도 5월 통과를 목표 시한으로 제시했다.

법안소위에서 의결되긴 했지만 향후 과정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인 국민의힘 측이 합의 없이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하고 있고, 소위 의결이 이뤄지자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계 단체들은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반면에 간호계는 최종적인 국회 본회의 통과의 그 날까지 열띤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의사협회)
간호법 제정 반대하는 의료인들의 국회 앞 1인시위 모습(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가장 강력하게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온 대한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특별위원회는 ‘의사협회 전 회원은 총 궐기하라! 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간호 단독법안 폐기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력대응을 예고했다.

의사협회는 “국회가 특정 직역만을 위한 특별한 법 제정 추진에 나서고 있어 국민 모두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의료관련 단체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별위원회가 선봉에 서 즉각적이고 총력적으로 대응하는 투쟁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국회가 가진 법률 제정 권한을 존중하며 정치권이 신중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했다. 의료법이 정한 의료인의 면허범위와 역할에 충실하도록 부실한 법을 재정비하고, 각 직역의 전문성을 확립하는 것이 간호단독법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면서, “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지만, 이를 법으로 제정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간호 독점과 직역 복속을 강요하는 간호 악법 제정 주장을 자진해서 철회하고, 완전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간호조무사협회, 요양보호사협회 등도 간호법 제정이 특정 직역만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 및 감독 하에 두도록 한다'는 안에 대해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며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한의사협회 등의 간호법 제정 반대 의견을 종합해 보면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뀌면 의사 고유의 영역인 환자 진료, 처방의 영역을 침탈할 수 있다고 것이고, 간호사가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면, 간호사가 의료기관을 단독 개원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특정 직역에 대한 특혜로 국민 건강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22 국제 간호사의 날 결의대회 포스터(자료 제공=대한간호협회)
2022 국제 간호사의 날 결의대회 포스터(자료 제공=대한간호협회)

이에 반해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계에서는 간호 업무를 명확히 하고, 양질의 간호인력을 교육·수급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를 분리해 간호법이 별도로 제정하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 개선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간호법을 토대로 우수한 숙련 간호 인력의 양성과 적정 배치 및 처우개선을 통한 지속 근무 등 간호정책의 시행이 가능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과 환자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간호법 제정은 간호 진료를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복지시설, 장애인 복지시설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의료법에서 정한 간호행위를 하려 해도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앞으로 간호법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의결되면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다. 간호법 논의가 진행될수록 의료계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고, 간호계도 법안 통과를 총력 투쟁을 예고해 강대강 대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맞이하게 될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간호사는 의료법 제2조에 따라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과 함께 의료인으로 분류돼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다.

의료법 제2조(의료인) ①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5. 간호사는 다음 각 목의 업무를 임무로 한다.
가.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다.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라. 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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