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구독경제] 구독경제의 명암...다크넛지와 위기의 OTT 서비스
상태바
[기획-구독경제] 구독경제의 명암...다크넛지와 위기의 OTT 서비스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06.14 0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오프닝 시대 ‘야외활동’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
‘다크 넛지’의 피해 없도록 합리적인 소비생활 해야!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 홈페이지 갈무리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 홈페이지 갈무리

[리크루트타임스 김윤철 기자] 여가 생활을 즐기는 OTT 서비스부터 가족의 생필품, 회사 간식까지 '구독'하는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경험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구독'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우유나 신문, 잡지 등 기존 정기구독에서 볼 수 없었던 상품을 배달하는 독특한 스타트업이 잇달아 등장했다. 세탁 정기구독 '런드리고', 프리미엄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나 영양제를 정기 배송하는 '필리', 꽃과 전통주, 고기, 생활쓰레기 처리 서비스까지 구독하는 시장으로 확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매일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거나 정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제품들이다. ‘관리’라는 귀차니즘을 서비스화한 사업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젊은 1인가구나 MZ세대에게는 이 서비스들을 통해 매번 구매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9년 6월 발간한 보고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서의 구독 경제’에서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구독경제를 이끄는 주축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은 저성장의 장기화로 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소비자로서의 욕구가 즉각 충족되는 소비에 더욱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다. 또한 가성비와 소확행을 중시하는 20~30대의 싱글족과 맞벌이 등 경제활동으로 시간 여유가 부족한 가구를 중심으로 큐레이션 형태의 맞춤형 제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반면 구독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계속 증가한다는 문제점도 상존한다. 유료전환과 해지·환불문제는 물론 기존 업계와 마찰 등 산업적 측면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계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T 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T 홈페이지 갈무리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작년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탄력요금제 시행 문제다.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를 우선 매칭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주간 1천원, 심야 2천원 요금을 적용했던 것을, 작년 8월부터 탄력요금제 적용으로 실시간 수요 및 공급 상황에 맞춰 최대 5천원까지 수수료를 올린 사건이다.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카카오가 스마트호출 서비스 이용료를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면서 고객과 택시기사들은 “카카오택시가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린다.”고 반발했다. 결국 카카오측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카카오택시(카카오T) ‘스마트 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0~5000원’에서 ‘0~2000원’으로 재조정하며 한발 물러났다.

카카오택시 서비스 이용료 인상 논란은 구독경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문제다. 일부 구독경제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이 해당 서비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슬그머니 요금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축소한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은 점을 노린 것이다.

구독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구독서비스는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과도하게 사용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독 서비스는 매번 서비스를 결제하지 않아도 한 번의 구독으로 자동 결제되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자칫하면 소비에 무뎌진다. 최초 계약 후 정기적인 결제가 이뤄지면서 다크 넛지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다크 넛지' 검색 결과 갈무리

‘다크 넛지(Dark Nugde)’란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유도해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 소비자들은 어떤 서비스도 적응하고 나면 불편함도 체화(體化)되어 바꾸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크 넛지의 대표적인 피해 유형으로 최근 일부 업체들이 한번 자동 결제를 한 뒤에는 수개월이 흘러도 확인을 잘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습관을 파악, 첫 달 무료로 결제를 유도한 후 자동결제 연장 통보 없이 매달 요금을 받는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홈페이지에서 해지코너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와의 연락도 사실상 어렵게 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하루만 특가 판매' 등의 소비자의 심리를 압박하는 문구로 구매를 압박하는 유형도 있다. 소비자가 연 단위 구독 상품을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으로 표시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호텔의 숙박요금에 세금, 봉사료가 고지되어 있지 않은 등 총액 표시가 미흡한 경우를 들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2020년 1월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크 넛지’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총 77건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해지수단을 제한함으로써 해지포기를 유도하는 ‘해지 방해’가 38건(49.3%),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별도 고지 없이 요금을 결제하는 ‘자동결제’가 34건(44.2%)을 차지했다. 이외에 사실과 다른 한시적 특가판매 광고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압박판매가 4건(5.2%), 가격에 대한 착오를 유발하는 가격오인 1건(1.3%) 등이었다.

(자료 제공=금융위)

정부도 이렇게 구독경제 피해가 늘어나자 지난해 3월 구독경제 정의를 새로 규정하면서 유료전환과 해지, 환불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약 사항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한다. 이후 지난해 8월에 구독경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신용카드업 겸업 시 진입요건 등을 합리적으로 정비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구독경제 업체는 상품 또는 재화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경우 전환 시점 기준으로 최소 7일 전에 서면이나 전화, 문자 등으로 관련 사항을 소비자에 통지해야 한다. 할인이벤트가 종료돼 정상 요금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지 절차도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기결제 해지 때 사용한 만큼만 부담하고 해지 전에 대금을 냈으면 카드 결제 취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즉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환불 선택권도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크 넛지 예방법으로 ▲매월 결제 명세를 꼼꼼하게 확인할 것 ▲가격, 기간을 여러 번 확인 후 결제할 것 ▲무료체험 시 유료 전환 고지 내용을 확인할 것 ▲경품 제공 이벤트에 신중히 참여할 것 ▲압박성 문구로 인한 섣부른 구매를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겸임교수는, “작은 돈을 지출한다고 무시하지 말고 일정 기간을 정해 전체 지출 규모를 면밀하게 추적하는 현명한 소비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구독 신청 전에 부채와 공과금, 식료품비 등 다른 지출 부문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라며, “구독경제 시대,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대응하는 위해서는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인지 꼼꼼하고 신중하게 검토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OTT 서비스를 비롯한 수많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경제 기업의 입장에서도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여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리오프닝(re-opening) 시대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숙박대전2022’ 관련 여가 플랫폼들이 TV에 대대적인 CF광고를 내놓으며 국내 여행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집콕’으로 표현될 만큼 외부 생활과 격리된 삶이었다면,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외부로 나아가 예전처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업체들의 경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대표적인 곳이 극장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가는 지난달 누적 1455만 명을 동원했다. 월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월 1684만 명 이후 28개월 만이다. 또한 6월 2주차 주말에는 한국영화 '범죄도시2'가 다시 1000만 영화관객시대를 열었다.

(사진 제공=Unplash)
(사진 제공=Unplash)

이런 극장가의 활황은 반대로 OTT서비스의 구독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5월 17일 지난 1분기 실적 부진 타개책으로 매출 둔화를 만회하기 위해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으로 직원 150명을 감축했다고 발표한다.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 20만 명 감소했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넷플릭스는 광고를 포함한 저가 서비스를 올해 4분기(10∼12월)로 도입하기로 정하고, 비슷한 시기에 유료회원 계정의 비밀번호 공유행위도 단속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고객과 매출 기반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긴급 대책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과 함께 사람들이 자유롭게 외부로 나갈 수 있게 되면서 ‘야외활동’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구독경제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시간 점유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독 서비스 업체들이 나눠야 하는 파이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리스크를 안게 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